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8일 3분기 잠정실적 발표 이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냈다.
전 부회장은 고객과 투자자, 임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으며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 꼭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 수뇌부가 실적 발표와 관련, 별도의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실적 부진 우려 등이 선반영되며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5만전자’로까지 곤두박질쳤다.
지난 7월 고점 대비 30% 가량 하락한 상태다.
여기에 경쟁사 대비 뒤쳐진 기술력 우려에 노사 갈등마저 불거지는 등 총체적 위기 상황에 봉착하자 이를 극복하려는 경영진의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 부회장은 이번 사과 메시지에서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며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이라며 “단기적인 해결책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전 부회장은 또 “두려움 없이 미래를 개척하고, 한번 세운 목표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 달성해내고야 마는 우리 고유의 열정에 다시 불을 붙이겠다”며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守城)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투자자들에게도 활발하게 소통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투자자 여러분과는 기회가 될 때마다 활발하게 소통해 나가겠다”며 “우리가 치열하게 도전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반드시 새로운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74.4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당초 증권가 전망치인 10조4000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스마트폰과 PC 수요 부진으로
삼성전자의 주력인 범용 D램이 주춤한 데다,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3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밑돈 것으로 풀이된다.
매출은 79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7.21% 증가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날 사업부문별 세부실적이 공개되지 않있지만, 반도체부문 영업이익은 5조~6조원으로 추정된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은 적자가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전날 일각에서 파운드리와 시스템 LSI 사업에 대한 분사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분사에 관심이 없다”고 일축해 주목을 받았다.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상대적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두 사업 부문 관련 분사설에 대해 이 회장이 공식적으로 의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앞서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으며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만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1년에는 기존 계획에 38조원을 더해 총 171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다만 현재 삼성 파운드리 사업의 경우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올해 2분기 시장 점유율은 62.3%로, 삼성(11.5%)과의 격차는 50.8%포인트에 이른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