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막바지 터져나오는 돌발변수에
해리스·트럼프도 선거전략·일정 변경
재난대응 ‘사령관’ 이미지 구축 해리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 비판수위 높여
북상중인 허리케인 ‘밀턴’에도 촉각

미국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린 첫 TV토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오는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30여일 앞둔 시점에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대형 허리케인 피해와 같은 돌발변수가 잇따르면서 미국 대선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또 다른 뇌관이었던 항만 노동자 파업은 일단락 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불복 사건 증거가 공개되는 등 ‘10월의 서프라이즈’가 이어지며 두 후보의 선거전략도 ‘궤도수정’을 반복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직전에 터져나온 돌발변수를 뜻하는 ‘10월의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에 대응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분석했다.


‘10월의 서프라이즈’는 지난 1980년 로널드 레이건 선거캠프가 썼던 용어였다.


1979년 이란 테헤란의 미국 대사관이 무장한 이란인들에 의해 점령되고 52명이 인질로 잡히는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현직 대통령이자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인질 석방을 선거운동 막바지에 조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레이건 캠프 측은 선거일에 임박해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계감을 담아 이같이 표현한 것이다.


비록 인질들은 선거일 전에 석방되지 않았지만, ‘10월의 서프라이즈’는 그 이후에도 선거에 임박한 돌발변수를 뜻하는 용어로 쓰여왔다.


지난 2012년에는 미 동부 해안을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가 있었다.


이로 인해 버지니아·뉴햄프셔 등지에서 선거유세가 중단되기도 했다.

당시 피해복구 과정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이자 현직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공화당 소속인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포옹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대중에 ‘초당적’인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선보인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후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는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대선을 11일 앞두고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스캔들’을 재수사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됐다.

또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정책인 ‘오바마케어’로 인해 건강보험료가 평균 20% 이상 급등할 것이라는 미 보건복지부의 보고서도 대선을 2주 가량 앞두고 공개돼 파장이 일었다.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음담패설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되며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2020년 대선에서는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운동 마지막주에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고 입원하는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의 노트북 컴퓨터에 저장돼있던 사생활 관련 자료가 폭로됐던 것도 그 해 10월이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과거 못지 않게 ‘10월의 서프라이즈’가 쏟아지면서 두 후보의 선거캠프도 전략 수정에 돌입한 상태다.


우선 해리스 부통령은 재난에 대응하는 ‘사령관’의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 동남부를 덮친 허리케인 ‘헐린’의 피해 대응을 위해 지난달 30일 네바다 유세를 취소하고 백악관에 복귀했다.

2일에는 펜실베이니아주 버스투어 일정을 변경해 허리케인 피해지역인 조지아로 향했고, 5일에는 허리케인 최대 피해지역인 노스캐롤라이나를 방문했다.

해리스 부통령을 지원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6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서부에 군 병력 500명의 추가 투입을 명령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같은 공화당 소속이지만 ‘앙숙’ 관계인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와 함께 조지아주의 허리케인 대응센터를 찾았다.

같은 날 역시 피해지역인 노스캐롤라이나를 방문해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연방재난관리청(FEMA) 예산을 불법 이민자 지원에 사용한 탓에 허리케인 피해를 본 지역을 도울 자금이 없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일 위스콘신 주노에서 행한 유세에서도 “지금 시민들은 재앙적인 허리케인으로 고통받고 있다.

해리스가 그들을 발이 묶이게 했다”며 “(2005년 최대 인명피해를 낸) 카트리나 때보다 더 심한 최악의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두 후보는 또 다른 변수인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이스라엘의 보복조치와 관련해서도 적극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1일 백악관에서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을 점검한 데 이어 4일에는 미시간에서 아랍계 미국인들과 무슬림 지도자들을 만났다.


해리스 부통령은 6일 일부 공개된 CBS 시사프로그램 ‘60분’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의 원칙을 명확하게 하며 이스라엘 지도부와 외교적으로 지속해서 협의하고 있다”고 밝히며 중동지역 확전을 막겠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대응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공습에 반대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그거야말로 타격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가”라며 “‘핵을 먼저 타격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걱정하자’고 말했어야 했다”고 4일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불복사건을 수사중인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지난 2일 사건 관련 증거를 추가로 공개한 것 또한 돌발변수로 꼽힌다.

공개된 내용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에 압력을 가했던 사실이나 2021년 1월 6일 의회 난동사건이 벌어지는 동안의 행적이 담겨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는 2020년 선거에서 패했다”면서 “그는 국민의 뜻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무장한 군중을 미 의회 의사당으로 보냈다.

그리고 자신의 부통령(마이크 펜스)의 목숨을 위협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에게 두 번째 임기를 허락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플로리다를 향해 북상중인 허리케인 ‘밀턴’의 위력이 허리케인 1등급으로 강화돼 추가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최고 시속 128km인 밀턴의 속도는 플로리다 해안 지역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9일께에는 시속 180km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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