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배터리까지 흔들…국가대표 소재기업 경영권 치킨게임에 후폭풍 예고

황산·니켈 등 미래 핵심소재
분쟁 장기화땐 생산 차질
“기간산업 균열, 회복 어려워”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사진 제공 = 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간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반도체와 이차전지 소재 등 국가기간 산업 공급망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려아연 생산차질은 물론 핵심기술 유출과 인재 이탈 가능성도 제기됐다.


7일 비철금속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반도체 제조에 필수 소재인 황산 생산량의 65%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고려아연의 반도체 황산 생산량은 22만t으로, 국내 2위인 LS MnM(35%)의 생산량 12만t 보다 1.8배가 넘는 물량을 생산했다.


황산은 공정에서 웨이퍼 표면의 이물질이나 불순물을 제거하는 기능을 한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초기와 후반에서 필수적 역할을 하는데, 순도가 낮은 황산은 반도체 성능과 수율에 악영향을 미친다.


고려아연이 생산하는 물량 대부분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소화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영권 분쟁으로 황산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연쇄적인 생산중단을 초래할 수도 있다.


고려아연이 미래 먹거리로 꼽은 이차전지 핵심소재 사업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고려아연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니켈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올인원 니켈제련소를 짓고 있지만 ‘쩐의 전쟁’에 휘말리면서 경영 현안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안정적으로 니켈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고려아연을 통해 공급망을 구축해 ‘탈(脫)중국’을 하겠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던 상황이다.

LG화학 역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전구체의 자체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해 고려아연과 손잡고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한 바 있다.


최장욱 서울대 교수는 “제련 산업은 반도체, 이차전지 등 핵심 산업의 기반을 이루는 기간 산업으로 한번 균열이 생기면 회복하기 어렵다”며 “기업의 기술적 역량과 장인들의 현장 경험이 중요한 요소이며, 단순히 재무적 논리로 접근해서는 그 가치를 충분히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중국이 관련 산업을 장악할 경우 배터리 생태계에서도 제2의 요소수 파동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윤희·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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