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참전한 MBK파트너스의 '머니게임'을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 vs 재계' 간 유사한 충돌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모펀드(PEF)는 비교적 중단기 이익을 보고 움직이는 반면 대주주들은 기업의 장기 성장을 생각한다"며 "기존 기업 대주주들과 사모펀드의 인센티브 시스템 차이로 발생하는 문제"라고 분석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가 성공한다면 한국에도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이라며 "법원의 판결 하나하나가 큰 관심사"라고 전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경영권 침탈과 관련해 "오너 간, 동업자 간 갈등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사모펀드가 개입할 여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영권 방어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글로벌 PEF들도 MBK의 이번 시도가 성공할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소수의 지분으로 재벌 경영 체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행동주의펀드의 시도는 있었지만, 아예 경영권을 손에 넣으려는 시도는 쉽사리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글로벌 PEF 고위 관계자는 "일본에선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베인캐피털 등 글로벌 PEF가 직접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어 펀드끼리 서로 적대적 M&A로 공격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며 "앞으로 한국에서도 일본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의 뿌리 깊은 재벌 경영 행태가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수의 지분만으로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다 상장사임에도 주주의 권리 보장에 소홀한 경우가 많아 구조적으로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창업주를 지나 2~3세로 내려오면서 지분이 희석되고 막대한 상속세가 발생하며 재벌 간 경영권을 놓고 갈등의 불씨가 더욱 커졌다.

창업주 사후 막대한 상속세 문제를 발단으로 모녀와 형제가 큰 갈등을 빚은 한미약품그룹, 형제 간 경영권 다툼에 MBK가 가세했던 한국앤컴퍼니 사태가 대표적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패밀리 비즈니스는 1~2대를 지나 3대가 되면 대개 위기를 맞게 된다"며 "지배주주를 포함한 경영진은 항상 긴장하고 주주를 위해 경영 성과를 내야 하며, 높은 주가 밸류에이션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대석 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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