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국의 선택] 전쟁에 시끌, 태풍에 요동 美대선 '잠 못 드는 10월'

◆ 2024 미국의 선택 ◆

오는 11월 5일 미국 대통령선거를 30여 일 앞둔 시점에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대형 허리케인 피해와 같은 돌발 변수가 잇따르면서 선거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또 다른 뇌관이었던 항만 노동자 파업은 일단락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불복 사건 증거가 공개되는 등 '10월의 서프라이즈'가 이어지면서 두 후보의 선거 전략이 '궤도 수정'을 반복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직전에 터져 나온 돌발 변수를 뜻하는 10월의 서프라이즈에 대응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분석했다.


10월의 서프라이즈는 1980년 로널드 레이건 선거캠프가 썼던 용어다.


1979년 이란 테헤란의 미국대사관이 무장한 이란인들에게 점령되고 52명이 인질로 잡히는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현직 대통령이자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지미 카터가 인질 석방을 선거운동 막바지에 조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레이건 측은 선거일에 임박해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계감을 담아 이같이 표현했다.


2012년에는 미국 동부 해안을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가 있었다.

이로 인해 버지니아·뉴햄프셔 등지에서 선거 유세가 중단되기도 했다.

2016년 대선에서는 제임스 코미 당시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대선을 11일 앞두고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스캔들'을 재수사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됐다.

2020년 대선에서는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가 선거운동 마지막 주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입원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 대선에서도 10월의 서프라이즈가 쏟아지면서 두 후보의 선거캠프가 전략 수정에 돌입했다.


우선 해리스 부통령은 재난에 대응하는 '사령관' 이미지를 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 동남부를 덮친 허리케인 '헐린'의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네바다 유세를 취소하고 백악관에 복귀했다.

지난 2일에는 펜실베이니아주 일정을 변경해 허리케인 피해 지역인 조지아로 향했고, 5일에는 허리케인 최대 피해 지역인 노스캐롤라이나를 방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같은 공화당 소속이지만 '앙숙' 관계인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지사와 함께 조지아주의 허리케인 대응센터를 찾았다.

같은 날 역시 피해 지역인 노스캐롤라이나를 방문해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연방재난관리청(FEMA) 예산을 불법 이민자 지원에 사용해 허리케인 피해를 본 지역을 도울 자금이 없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두 후보는 또 다른 변수인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이스라엘의 보복 조치와 관련해서도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4일 미시간에서 아랍계 미국인들과 무슬림 지도자들을 만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공습에 반대한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핵을 먼저 타격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걱정하자'고 말했어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불복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지난 2일 사건 관련 증거를 추가로 공개한 것 또한 돌발 변수로 꼽힌다.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의 엑스(X)를 통해 "트럼프는 2020년 선거에서 패했다"면서 "그는 국민의 뜻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무장한 군중을 미국 의회 의사당으로 보냈으며 자신의 부통령(마이크 펜스)의 목숨을 위협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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