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 맥주'(4월), '천원 과자'(5월), '천원 두부'(8월)에 이어 '천원 채소'(10월)까지. 올해 유통업계 전반에 1000원짜리 한 장으로 살 수 있는 초저가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상품은 단순 미끼를 넘어 간판 상품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물가 상승과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가처분소득이 먹거리 물가 인상분을 따라가지 못하게 되자 소비자들이 극도로 소비를 줄이면서 빚어진 일이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이달 중순 '990원' 시리즈로 채소 5종(양파, 대파, 절단무, 당근, 새송이)을 출시한다.

CU가 1000원 이하를 목표로 내놓은 브랜드 990원에 신선식품을 도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000원 미만의 채소 가격이 가능해진 건 자동 포장기, 다관절 로봇 등 자동화 설비 20대를 갖춘 농산물유통센터와 협력해 생산 단가를 10% 이상 낮춰서다.

1·2인 가구에 맞는 용량으로 소포장한 점도 비결 중 하나다.

지난 8월 CU가 자체브랜드(PB)로 출시한 '천원 두부'는 50일간 11만개 넘게 팔린 바 있다.


CU 외 편의점 3사(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도 올해 1000원 상품을 대거 선보였다.

GS25의 PB 상품인 '천냥 콩나물'은 7월 출시 직후 나물 분야 매출 1위에 올라 지난달 말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븐일레븐 '천원 맥주'는 유통가에서 큰 화제가 됐다.

회사는 스페인 맥주 버지미스터 500㎖(4월)와 덴마크 맥주 프라가 프레시 500㎖ 한 캔(6월)을 1000원에 선보였는데, 두 맥주는 출시 5일 만에 각각 20만개, 25만개 팔렸다.


마트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도 1000원 마케팅에 공들인다.

이마트는 기존에 운영하던 소량 채소 상품을 2022년 '소소한 하루' '하루채소' 브랜드로 재단장해 현재 20여 종을 판매하고 있다.

양파, 대파, 깐마늘, 달걀 등을 990원에 팔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8월 내놓은 '천원 맥주'로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타이탄 맥주는 500㎖ 한 캔이 1000원에 판매된다.

초도 물량 7만캔이 출시(8월 1일) 3일 만에 완판됐다.

이달 2일까지 두 달간 누적 판매량은 30만캔에 달했다.

1000원 내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주류는 대부분 '기타 주류'로 분류되는 발포주지만, 타이탄은 맥아와 홉을 발효해 제조하는 '진짜 맥주'로 맥주 자격을 지켰다.


SSG닷컴은 깐마늘, 대파, 양파, 참타리버섯, 청양고추, 오이맛 고추 등 요리 필수 채소 6종과 샐러드 소분 상품 1종 등 총 7가지 상품을 '하루채소'라는 이름으로 1000원 내외로 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1000원 상품이 일회성 행사 상품에 불과했다면 현재는 상시적이면서 별도 브랜드를 갖춘 제품으로 변모했다"며 "미끼를 넘어 간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상품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고서 1000원을 맞췄다는 것도 특징이다.

1·2인 가구 증가로 소포장 수요가 늘었다는 점이 이 같은 1000원 마케팅을 가능하게 했다.


상시 1000원 마케팅의 기저에 깔린 건 외식 물가 급등의 장기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2.6%로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 평균치(1.6%)보다 1%포인트 높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선별적 소비에 나서면서 유통업계가 가격 전략을 다시 세우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이효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