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짧아진 가을에 매출 우려
백화점·아웃렛, 겨울 코트·패딩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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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에서 겨울 시즌 옷들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 제공 = 전종헌 기자] |
A씨 부부는 지난 주말 아웃렛에 방문해 가을옷을 보지 않고 겨울옷을 쇼핑했다. 올해는 겨울이 빨리 온다는 소식이 있고 주머니 사정도 빠듯해서다.
A씨는 “가을옷을 사는 게 언제부터인가 사치가 됐다”며 “올해도 가지고 있는 옷으로 때우고 겨울을 맞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 B씨는 지난주부터 가을 날씨가 완연해지자 계절에 맞춰 자녀 티셔츠와 니트, 카디건을 새로 샀다. 하지만 자신은 정작 겨울 패딩을 장만했다.
B씨는 “요즘 입기 좋은 트렌치나 재킷이 눈에 띄었지만 금세 겨울이 올 것 같아 우선 자녀 것만 사게 됐다”고 말했다.
B씨는 “경기도 좋지 않은데 잠깐 입을 가을옷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7일 백화점과 아웃렛 등에 따르면 올해는 겨울이 빨리 찾아오고 매우 춥다는 기상청 날씨 전망에 맞춰 유통가들이 가을 장사보다는 이른 겨울 매출을 겨냥하는 모습이다.
백화점에서는 패딩과 코트가 눈에 띄고 주말 나들이 쇼핑객들이 찾는 아웃렛 등에서도 마네킹에 겨울옷이 입혀져 있다.
유통가에서 겨울옷 준비가 빠른 데에는 늦더위가 지난달 말까지 이어지는 등 날씨 영향도 있지만, 경기둔화 여파로 짧은 기간 입을 가을옷에 돈을 잘 쓰지 않는 분위기도 작용하고 있다.
최근 주요 기관의 경제전망을 보면 경기둔화 가능성이 엿보인다.
민간소비 등 내수부진 우려가 높아지면서 지난 8월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0.1%포인트 내렸다.
지난달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2.5%)를 0.1%포인트 낮춰 잡았다.
19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도 가계의 이자부담을 가중시키며 소비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축적된 고물가, 고금리 여파도 민간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1인 이상 가구의 흑자액은 월평균 100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1만8000원(1.7%) 감소했다.
가계 흑자액은 세금과 연금, 이자 등을 내고 남은 소득(가처분소득)에서 다시 의식주 비용 등을 뺀 금액이다.
통상 가구가 지출을 하고도 얼마 만큼 저축여력이 있는지, 즉 여윳돈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2022년 3분기부터 8개 분기 연속 감소로, 역대 최장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가을 매출에 대해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가을 상품들이 계속 출시되고 있어 겨울 상품이 본격적으로 판매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겨울이 빨리 오고 유난히 춥다는 소식에 가을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늦더위로 가을이 짧아져 가을 상품 매출에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 같아”면서도 “다만, 지난주부터 가을 날씨가 펼쳐지고 있는데 트렌치, 재킷, 카디건 말고 바로 코트나 패딩을 구매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이달 말까지는 가을 상품 판매가 주를 이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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