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석유시설 타격 우려에
WTI 배럴당 74달러 급등
사우디, 아시아 판매가격 인상 속
OPEC+ 증산 여부 등 관심
|
[사진 = 연합뉴스] |
중동 확전 우려에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일주일 새 9% 이상 급등했다.
약 2년 만의 최대 주간 상승폭이다.
특히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 유가가 발작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 선물 가격은 배럴당 74.38달러로 전일 대비 0.91% 올랐다.
전날 이란 석유시설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으로 5.15% 급등한 데 이어 재차 상승 마감했다.
지난달 27일 68.18달러를 기록 중이던 WTI 가격은 한주 새 9.09% 급등했다.
같은 날 유럽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12월 선물도 0.23% 소폭 오르며 배럴 당 78.08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5%대 급등에 힘입어 브렌트유 가격 역시 한주 새 9% 이상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 이란은 하루 33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며 이는 전 세계 생산량의 약 3~4%에 달한다.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경제 제재를 가하기 전과 유사한 수준이다.
특히 이란은 중국에 저렴하게 원유를 공급하며 최근 2년 새 산유량을 30% 가량 크게 늘렸다.
올해 대선을 앞둔 바이든 정부가 국내 에너지 가격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이행이 느슨해진 영향이다.
유가가 가파르게 치솟자 바이든 대통령은 4일 이란 석유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날 백악관 브리핑룸에 들어선 그는 “내가 그들(이스라엘)의 입장이라면, 석유 시설을 공격하기보다는 다른 대안들을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네타냐후 총리를 겨냥해 “나보다 이스라엘을 더 많이 도운 행정부는 없다”며 “이를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그러나 5일 재차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보복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타격 대상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유가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산유국의 증산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는 일부 원유 공급 과잉 징후에도 불구하고 오는 12월부터 증산에 들어가기로 했다.
OPEC의 수장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유가 하락을 감수하고라도 증산을 감행한다는 입장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OPEC+의 국제 원유시장 점유율은 2022년 51%에서 올해 48%로 떨어진 상황이다.
반면 미국은 같은 기간 원유 생산을 늘리면서 점유율이 20%로 되레 늘었다.
미국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크게 증가한 점도 유가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달 27일까지 일주일 새 원유 재고가 390만 배럴 증가했다.
이는 로이터 전망치(130만 배럴 감소)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한편 지정학 긴장 고조로 유가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사우디는 아시아 지역 원유 판매가격을 기습적으로 인상했다.
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사 아람코는 아시아향 경질유 ‘아랍 라이트’ 공식 판매가격(OSP)을 전월 대비 배럴당 0.9달러 인상했다.
전망치(0.65달러)를 웃도는 인상폭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