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 시장이 순조로운 모습을 보이면서 달러당 엔화 값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반적으로 달러가 강세로 돌아선 것이다.
인플레이션 문제로 고심하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내각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6일 달러당 엔화 값은 148.66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엔화 값은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 외환 시장에서 149엔대까지 떨어지는 등 다시 50여 일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뜨거운 미국 고용지표가 엔화 가치 약세(엔저)의 요인이다.
비농업고용지수와 실업률,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등 고용 관련 주요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호조세를 보인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9월 미국 고용 통계 결과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강해졌다"며 "금리 전망이 수정되면서 달러가 대부분 통화에 대해 강세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린 것도 엔 매도에 영향을 줬다.
이시바 시게루 신임 일본 총리는 기존의 "금리 인상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뒤집고 최근 "금융 완화를 이어 간다"며 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엔화 값 하락은 일본 경제에 두 가지 신호를 준다.
우선 기업 실적 호조에 대한 기대감이다.
수출 기업이 많은 일본은 산업 구조상 엔저가 기업 실적에 도움이 된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5일 새벽 오사카거래소에서 12월물 닛케이 평균 선물은 상승세로 마감됐다.
일각에서는 현재 3만8635인 닛케이 지수가 조만간 4만 선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하나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다.
일본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 상승했다.
식료품 가격과 전기·가스 요금이 오른 것이 주요 원인이다.
에너지에서 수입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일본은 엔화 값이 하락하면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커진다.
일본은행은 최근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에 경계감을 갖고 있다.
지난 2월부터 3개월간 감소하다가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연속 증가한 것이다.
특히 8월 상승률은 일본은행의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2.5%를 넘어선 숫자다.
일본은행이 물가를 관리하려면 적절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문제는 새롭게 출범한 이시바 내각이 금리 인상에 반대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이다.
여기에 엔화 값마저 하락세를 보여 당분간 일본 경제정책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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