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정찰제’ 공식 깨져
일부 매장서 ‘가격 흥정’
제값 치른 소비자들 ‘호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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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연합뉴스] |
주부 A씨는 이사를 앞두고 유명 브랜드 소파를 주요 백화점과 직영점에서 둘러봤다. 이후 상품을 선택하고 가격을 알아보던 중 특히 백화점마다 상품 가격에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을 알게 됐다.
똑같은 상품임에도 직영점과도 가격차이가 벌어졌다.
그러던 중 A씨는 한 백화점에서 솔깃한 전화를 받았다.
다른 곳에서 알아본 가격보다 무조건 더 낮게 해줄 테니 계약을 하라는 것. 정찰제가 생명인 백화점 입점 가구 브랜드에서 가격 흥정을 제안한 셈이다.
해당 브랜드가 입점한 백화점의 매니저는 “소파 결제를 백화점 카드와 신용카드 두 개로 하면 된다”며 최저가를 속삭였다.
A씨는 똑같은 소파를 백화점에서 구입한 지인보다 30만원을 더 아낄 수 있게 됐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일부 백화점 매장에서는 가격 정찰제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래시장처럼 가격 흥정이 은밀히 이뤄지는 것인데, ‘백화점=정찰제’라는 공식만 믿고 제값을 치른 소비자들과 형편성 문제도 제기된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살 때는 가격 흥정 없이 정해진 값을 치른다.
가격 흥정이 가능한 재래시장과 달리 정찰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운영 방식으로 적어도 백화점에서 상품을 구입하면 ‘호갱’은 피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는 가격 흥정이나 임의 할인이 몇몇에서 이뤄지면서 제값을 산 소비자들만 호갱 신세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명절을 앞두고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선물세트 가격이 말 한마디에 흥정되면서 논란이 일었지만 현재는 불황으로 시기와 대상을 가리지 않고 흥정이 진행되는 분위기다.
백화점의 가격 정찰제를 흔드는 배경에는 무엇보다 불황으로 인한 내수경기 침체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024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2%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2분기 -0.3%를 기록한 이후 4분기 만에 마이너스다.
가계의 소비여력도 제약되고 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계부채로 인한 이자부담 증가와 높아진 물가, 금리까지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기고 있어서다.
자녀 1명을 부양하는 직장인 B씨는 “교육비에 대출 원리금까지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있다”며 “소비를 더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백화점 업계는 가격 정찰제에 반하는 가격 흥정을 일축하는 모양새다.
시중 백화점 관계자는 “계약에 반하는 임의 할인으로 가격 정찰제를 지키지 않아 백화점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경우 퇴출까지 할 수 있다”며 가격 정찰제 운영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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