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인자’ 호텔 체인…쩐으로 증시 밀어올리는 이 나라 덕 본다는데

中시장 진출 속도내는 힐튼
매년 호텔 100개 신설 나서
빈 사무실 개조방식에 호평

중장비 1위 캐터필러 신고가
최근 5년 배당 인상률 37%

亞 판매비중 높은 에르메스
올해 매출 15% 증가 전망
LVMH, 中 큰손 복귀 기대

“최근 중국의 초특급 경기 부양책을 노려 굳이 중국 주식에 직접 투자할 필요는 없어요.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미국이나 유럽 주식으로 중국에 간접 투자해 투자 위험(리스크)을 낮추고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2일 여의도의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중국 주식 투자 만큼은 회피하려는 성향의 자금에 이같은 전략을 이미 취했다”며 “중국 부동산 경기 부양과 중동 전쟁 위기 고조에 따라 캐터필러 주식 비중을 크게 늘렸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인민은행은 은행 지급준비율(RRR·지준율)을 낮추고,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부동산 대출 금리까지 깎아주는 등 파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면서 중국 증시가 급등세를 타고 있다.

수년간 억눌렸던 중국 증시가 최근 불타오르며 중국 주식 ‘포모(자신만 소외된 것을 불안해 하는 증상)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단기 급등에도 중국 주식 직접 투자에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실적 보다는 공산당 규제와 미국과의 갈등 등 외부 변수에 휘둘리는 경향이 있고, CATL과 같은 세계적 배터리 회사는 일반 투자자가 직접 매수할 수 없는 등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과거 이같은 이유 때문에 낭패를 본 경험 때문에 ’내 포트폴리오에 중국 주식은 안된다‘는 거부감도 여전하다.

이에 따라 중국 주식 직접 투자는 피하는 대신 중국 노출도가 높은 상장사에 투자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이 호응을 얻고 있다.


캐터필러는 중국과 더불어 중동 지역에서의 전쟁으로 전장을 누비는 건설장비 불도저가 주목받으면서 주가가 ‘나홀로 강세’ 중이다.

힐튼월드와이드(힐튼)의 경우 중국에서 공격적 확장 전략으로 최근 사상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중국 소비 심리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에 유럽 명품주도 ‘큰손’의 포트폴리오에 담기고 있어 주목된다.


◆ 리틀 버핏은 미리 알았나···中에 올인한 힐튼 최고가
힐튼은 메리어트에 밀려 글로벌 호텔 체인 업계에서 ’만년 2인자‘로 불렸다.

메리어트는 리츠칼튼과 JW메리어트 등 럭셔리 브랜드와 쉐라톤 웨스틴 등과 같은 일반 프리미엄 등급의 호텔을 보유하며 객실 수에서도 넘버원이다.

힐튼은 호텔 갯수나 객실 수에서 메리어트에 밀리지만 최근 성장률 만큼은 메리어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블룸버그와 호텔 업계에 따르면 2023년 대비 2024년 1분기 기준 전세계 객실 수 증가율은 메리어트와 힐튼이 모두 4.8%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다른 글로벌 호텔 체인인 IHG(3.8%)와 윈담(3.5%)을 뛰어넘는 수치다.

이같은 힐튼의 성장세에는 중국내 확장 전략이 기여하고 있다.

힐튼은 매년 100개 이상의 호텔을 중국내에 신설할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특히 향후 1년6개월새 오픈할 호텔의 25%는 빈 사무실을 개조해 호텔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주요 도심권 상업용 부동산은 최악의 공실을 기록 중”이라며 “이러한 중국내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는 곳이 힐튼인데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러한 호텔 전환 방식이 무모해보였는데 이제는 ’역발상 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에선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빌 애크먼의 혜안에 감탄하고 있다.

억만장자이자 헤지펀드 퍼싱스퀘어캐피털을 운영 중인 빌 애크먼 회장의 주식 포트폴리오 중 비중 1위가 바로 힐튼(18.76%)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미국 레스토랑 브랜드 ’치폴레‘가 1위였는데 이 회사 지분을 상대적으로 줄이면서 2위(17.34%)가 됐다.

힐튼의 최근 주가가 강세를 보이며 빌 애크먼의 주머니도 덩달아 두둑해지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 경기 부양책 효과를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해 단기 고점 우려도 나온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힐튼의 향후 1년 예상 순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7.86배에 달한다.

업계 경쟁자인 하얏트(26.74배)와 메리어트(22.52배) 보다 높다.

’파업 악재‘도 있다.

9월 이후 미국내 일부 힐튼 호텔 근로자들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호텔 서비스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 이는 향후 실적 전망을 낮추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 미국 인프라·중국 경기부양·중동 전쟁 트리플 호재 휩싸인 캐터필러
힐튼과 마찬가지로 캐터필러도 최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중국 경기 부양책의 대표적 수혜주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이 미사일을 주고 받고 지상전에도 돌입하면서 전쟁에서도 위력을 발휘하는 캐터필러 장비가 주목받고 있다.


캐터필러 불도저 D9은 지뢰와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군을 보호하는 중장비 업체로 중동지역에서 주문이 늘고 있다.

캐터필러는 1925년 창립돼 2차례의 세계대전 중 군용 중장비를 제공한데다 전후 복구 작업용 건설장비를 제공했다.

비가 오면 나막신을, 볕이 나면 짚신을 파니 실적이 꾸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캐터필러는 이같은 건설 장비 분야에선 글로벌 점유율 20%, 광산 굴착 장비와 같은 ‘자이언트 장비’에선 74%의 압도적 점유율을 자랑한다.

여기에 엔진 등 동력 솔루션, 에너지 전력 시스템, 금융 서비스 등의 사업구조을 추가해 수요자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캐터필러 주가는 지난 2021년 미국 의회가 ’인프라 예산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더 가팔라지고 있다.

이 법안은 미국의 도로와 교량, 수자원공급, 인터넷 통신망 등 낙후된 인프라를 개선하겠다며 1조 달러 이상을 투입하겠다는 취지로 기획된 것이다.


자국의 강력한 인프라 투자에 최근 중국의 건설경기 부양 움직임, 중동에서의 군용 장비 수요 까지 전세계가 캐터필러를 찾고 있다.

이는 캐터필러의 높은 마진으로 이어진다.

2020년 10.9%였던 이익률을 2023년 19.3%까지 끌어 올렸다.

3년새 이익률이 2배 가량 높아진 것이다.

향후 마진 상승 여부는 중국과 중동에 달려 있는 셈이다.


캐터필러의 최대 매출처는 단연 북미 지역이다.

지난 2분기(4~6월) 기준 매출의 54.2%가 여기서 나왔다.

중국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매출 비중은 17.6%다.

2022년에는 아시아 의존도가 25%에 달했다.

중국내 굴삭기 등 건설장비 시장을 놓고 현지 업체와 경쟁 중이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회사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으나 건설 장비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면서 캐터필러의 점유율은 유지되고 있다.

건설업종 애널리스트는 “캐터필러 주가가 최근 강한 것은 중국 매출 비중이 다시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감에 따라 월가가 목표주가를 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캐터필러는 대표적인 주주친화 기업이다.

캐터필러는 2, 5, 8, 11월에 배당금을 지급하는 분기 배당주다.

연간 기준 배당금 인상 기간은 최근 31년에 달한다.

2019년 연간 주당 3.95달러였던 현금배당은 올해 5.42달러로 추정된다.

5년 배당 인상율은 37.2%다.

또 다른 환원책인 자사주 소각에도 열심이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유통주식수가 4.9% 감소했다.

이 정도 소각율이면 미국 빅테크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자사주 소각은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를 올려준다.


◆중국 때문에 울고 웃는 LVMH 에르메스
중국 부양책 이후 가장 극적으로 주가가 반등한 곳이 유럽 명품 회사들이다.

프랑스 ’명품 제국‘ LVMH의 지난 2분기 기준 전체 매출에서 중국 등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6.4%다.

미국이 그 다음 매출처로 26.2%다.

지난 1분기때까지만 해도 아시아 의존도는 33%에 달했다.

미국 매출 비중은 당시 23%에 그쳤다.

불과 1분기만에 중국 매출 비중이 급락했는데 중국이 돈을 풀면서 3분기 이후엔 다시 중국 매출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LVMH의 실적을 항목별로 쪼개보면 매출의 절반은 루이비통 가방 등 가죽 제품이 절반(49.5%)을 차지한다.

그동안 고가 가죽 제품의 ’큰손‘들은 중국 부자들이 많았지만 최근 경기 침체로 이들 마저 지갑을 닫으면서 LVMH의 예상 실적과 목표주가가 하락세를 탔었다.


영국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는 LVMH 보다 중국 의존도가 더 크다.

더 비싼 가죽제품이 많아서다.

중국 등 아시아 지역 매출 비중이 43.3%(2분기 기준)다.

유럽 매출이 전체의 24.2%이며 미국은 19% 수준이다.

올해 에르메스 연간 매출 추정치는 166억5850만 달러다.

작년 보다 매출이 14.7% 증가할 것이란 월가의 전망이다.

LVMH의 경우 매출 성장률이 올해 3.9%에 그칠 전망이다.


이처럼 명품도 양극화되고 있다.

LVMH나 구찌와 같은 브랜드들은 이른바 ’짝퉁‘으로 지속적으로 고통받는데 에르메스는 로고나 디자인이 특출나지 않아 상대적으로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에르메스는 초고액 자산가의 심리를 읽어 로고를 숨기고 제품 완성도와 소재에서 차별화하는데 다른 명품 브랜드들은 중산층 까지 껴안으며 매출을 늘리려 하다보니 브랜드 가치 훼손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에르메스는 최근 특별배당을 포함해 배당금을 크게 늘렸다.

2019년 대비해 올해 예상 배당 증가율이 292.9%에 달한다.

같은기간 LVMH 역시 178% 인상했다.


유럽 명품주의 경우 거래되는 시장이 달라 매매가 불편하다.

’원가 논란‘ ’노동 착취‘ 등과 같은 개별주의 돌발 악재에 대응하기도 어렵다.

이런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글로벌 명품 주식끼리 묶어 놓은 국내 ETF가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글로벌 분산 투자 차원에서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유럽 주식의 가치는 여전하다”며 “관련 ETF 중 국내 증권사가 출시한 상품은 절세 혜택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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