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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분쟁 격화 ◆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4일 극적으로 공개매수 가격 인상을 결정한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도
영풍정밀 공개매수가 상향을 검토하고 있다.
MBK 측이 최 회장 측에 대항해 최근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자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양측이 번갈아 가며 경쟁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숨 막히는 '핑퐁 게임'이 이어지면서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경영권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출혈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대한 정정 신고서를 4일 오후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면서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10.7% 추가 인상했다.
특히 발행주식 총수의 약 7%였던 최소 매수 수량을 전격적으로 삭제했다.
청약 물량이 최대 매수 수량 목표치(발행주식 총수의 약 14.6%)에 미치지 않더라도 응모 주식을 모두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이날부터 83만원으로 공개매수를 시작한
고려아연 측이 최소 매수 수량을 두지 않은 데 대해 맞불을 놓은 셈이다.
가격과 조건이 변경된 만큼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간은 오는 14일까지 10일 더 연장된다.
MBK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배임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며 가격을 맞춰 승리하기 위해 공개매수가 상향 조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위법성이 다분한 최윤범 회장의 자사주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MBK와 영풍의 정당한 공개매수가 방해를 받았다"며 "시장에서 최 회장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배임 등 법적 리스크가 많고, 회사 및 남은 주주들에게 재무적 피해를 끼친다는 점이 충분히 이해되기 위해선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조건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특히
고려아연 측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이날부터 시작되면서
고려아연 주가가 급등해 기존 공개매수 가격으론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84% 오른 77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영풍정밀 주가는 3만185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25.15% 치솟으며 양측의 공개매수 가격인 3만원을 초과했다.
김 부회장은 "주당 75만원도 충분한 프리미엄으로 인식됐으나, 주당 83만원과는 아무래도 가격 차이가 있어 가격을 맞춰 기존 투자자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 측도
영풍정밀을 사수하기 위해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 측은 오는 7일 이사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앞서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2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상향하자 맞대응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풍정밀은 최 회장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과 우호 세력 지분(33.9%)이 영풍 측 지분(33.1%)과 거의 비슷해 양측은 0.1%가 아쉬운 상황인데, MBK가
영풍정밀을 얻으면 단숨에 3.7%포인트라는 지분 격차를 만들 수 있어 방어전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에 열리는 이사회에서는 우선적으로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 인상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이 가격 베팅을 하면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는 3만원대 중후반 수준에서 상향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목표 매수 물량을 늘리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의 목표 매입 물량은 393만7500주로 MBK 물량의 57.6% 수준에 그쳐 MBK파트너스에 유리한 상황이다.
이에 앞서 MBK파트너스 측은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2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상향한다고 공시했다.
공개매수 자금은 1722억원에서 2064억원으로 증가했고, 청약 마감일은 6일에서 14일로 변경한 바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초기 명분 싸움에서 자금력 싸움으로 번져 양측의 자금 부담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 측이 추가로 자사주 매입과
영풍정밀 공개매수가 및 수량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MBK 측의 공개매수가 동일한 가격으로 14일에 끝나는 반면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는 각각 21일(
영풍정밀), 23일(
고려아연)에 끝나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MBK 측의 공개매수에 응한 뒤 나머지를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에 응해도 되는 셈이다.
양측이 경쟁적으로 가격 상향 경쟁을 벌이면서 자금 부담도 크게 늘고 있다.
이날
고려아연은 공시를 통해 2조6635억원의 자사주를 매집하고자 1조5000억원의 자기자금을, 1조1635억원의 차입금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차입금은 하나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5.5%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을 예정이다.
또한 공동 공개매수에 나서는 트로이카드라이브 인베스트먼트는 한국투자증권에서 9개월간 3437억원을 5.7% 금리로 대출받았다.
트로이카드라이브 인베스트먼트는 베인캐피탈이 세운 특수목적법인으로 이번 공개매수에 순수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다.
MBK파트너스와 영풍도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상향만으로 최대 매수 수량 기준 투입 금액(수수료 포함 기준)이 기존 2조2720억원에서 2조5140억원으로 2419억원 늘었다.
[조윤희 기자 /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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