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줄섰다…질주하는 K조선, 하루에만 2조원 수주

HD한국·삼성重·한화오션
‘탈탄소’에 LNG선박이 효자

3년치 이상의 일감을 쌓아둔 국내 조선업계가 2일 하루에만 2조원이 넘는 수주고를 올렸다.

노후 선박 교체 주기 도래와 글로벌 탈탄소 추세 속에서 신규 발주 수요가 지속되면서 꾸준히 일감을 따내는 분위기다.

향후에도 높은 선가를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선박의 선별 수주에 나선다는 국내 조선사들의 전략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조선3사인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지난 30일 하루에만 총 2조1051억 원에 달하는 선박 건조 계약을 따냈다.

탈탄소 시대 전환의 중간 에너지원 역할을 담당하는 액화천연가스(LNG) 분야 선박이 수주 릴레이를 이끌었다.

삼성중공업은 아시아 지역 선주와 총 6783억 원에 LNG운반선 2척 신규 건조 계약을 체결했으며, 한화오션도 LNG-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 1기 건조 계약을 5454억 원에 아시아 지역 선주로부터 따냈다.

FSRU는 운송을 위해 액화한 LNG를 다시 기화에 육상에 공급 가능한 선박 형태의 설비로 ‘해상 LNG 터미널’로도 불린다.

HD한국조선해양도 LNG벙커링선(LNG BV) 1척을 아시아 소재 선사에 공급하는 계약을 같은날 체결했다.

LNG BV는 해상에서 LNG를 다른 선박에 공급해주는 역할을 맡는 선종이다.

LNG 관련 선박 수주 호조의 배경에는 LNG 수요가 있다.

저탄소 연료인 LNG가 본격적인 탈탄소 에너지 전환에 앞서 ‘중간다리’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하면서 수요도 꾸준히 늘어나는 분위기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6월 글로벌 천연가스 투자 규모가 2029년에는 지금 보다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LNG 수요 호조와 전세계에서 개발 중인 LNG 프로젝트를 감안할 때 연간 70척 수준의 LNG운반선 발주가 한동안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는 사용시 공해 물질이 석유나 석탄 등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적은 친환경 에너지로 향후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라며 “LNG운반선 뿐 아니라 LNG 관련 설비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LNG 관련 선박 이외의 가스선 수주도 이어졌다.

HD한국조선해양은 같은날 극초대형 에탄운반선(ULEC) 2척과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2척을 각각 5461억원, 2191억 원에 수주했다.

한편 조선사들이 3년치 이상의 넉넉한 일감을 확보한 가운데서도 꾸준한 선박 수주에 성공하면서 선가도 상승일로에 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글로벌 신조선가지수는 189.96으로 역대 최고치인 2008년 9월(191.6)에 근접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