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부통령후보 TV 토론회
상대 후보 공격하고 러닝메이트는 엄호
불법이민·중동위기·낙태 등 전방위 공방
‘팩트체킹’ 땐 각자 과거 실수·실언 인정
월즈, 수차례 실수···밴스 ‘침착성’ 부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러닝메이트인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 <AP 연합>
미국 대통령 선거가 ‘초박빙’ 양상을 이어가는 이어가는 가운데 공화당 부통령후보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오하이오)과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부통령 후보 TV토론은 각자의 ‘러닝메이트’를 엄호하고 상대의 대선후보를 공격하는 ‘간접 대결’로 전개됐다.


토론은 특정 후보의 ‘완승’을 언급할 정도로 일방적이진 않았지만, 월즈 주지사가 몇 차례 말실수를 한 것에 비해 밴스 의원의 침착성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미국 방송사 CBS가 주최한 TV 토론에서는 이스라엘의 이란 대응, 불법이민·국경강화, 낙태문제, 민주주의 등 다양한 주제를 두고 공방전이 펼쳐졌다.


‘시골 교사’ 느낌의 월즈 주지사와 ‘힐빌리의 흙수저’ 밴스 의원의 토론 대결은 명확한 승부를 가를 정도의 차이는 없었지만, 밴스 의원의 침착성이 돋보였다는 의견이 나온다.


월즈 주지사는 ‘이란을 향한 이스라엘의 선제 타격을 지지하느냐’는 첫 질문에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드문드문 말을 멈추며 답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이스라엘과 그 대리인들(proxies)’이라고 실언을 하기도 했다.

‘대리인들’이라는 단어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하마스나 헤즈볼라 등을 칭할 때 주로 사용되곤 한다.


그는 또 학교 총격사고를 언급하며 “학교 총격범과 친구가 됐다”고 잘못 언급해 공화당원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월즈 주지사 캠프에 따르면 이는 “학교 총격사건 피해자 가족들과 친구가 됐다”는 것을 잘못 말한 것이다.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그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오른쪽)의 모습. [사진=로이터연합]
밴스 의원은 주어진 발언 시간이 끝난 이후에도 발언을 이어가다 마이크 음소거를 당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절제된 태도로 토론이 임했다는 평가다.


진보성향인 ‘진보적 변화 캠페인 위원회’의 창립자 애덤 그린은 성명에서 “밴스는 위험한 주장을 펼치면서도 침착하고 절제된 태도를 보였다”며 “이날 토론은 모든 민주당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줄 것”이라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미국 매체 CNN은 토론 후 여론조사에서 시청자들은 48%대 39%로 밴스 의원보다는 월즈 주지사가 미국의 비전을 잘 공유하고 있다고 인식했다.

하지만 러닝메이트를 더 잘 방어했다는 응답은 밴스 의원(37%)이 월즈 주지사(33%)보다 높았다.


정책 중심으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주로 ‘1인자’ 대통령 후보에 대한 공격과 엄호가 이어졌다.


월즈 주지사는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언급하다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동안 이란과의 핵 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탈퇴했다고 지적하면서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리더십 때문에 이란은 전보다 핵무기(보유)에 가까워졌다”고 비판했다.


밴스 의원은 이란이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에서 1000억달러가 넘는 동결자산을 돌려받았다고 주장하며 “이란이 그 돈을 어디에 썼겠는가? 이란은 지금 우리 동맹을 상대로 발사하는 무기를 사는 데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실제 세계에 안정을 가져왔으며 그는 효과적인 억제력을 통해 안정을 가져왔다”고 변호했다.


밴스 의원은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약점’으로 꼽혀왔던 불법이민자·국경보안 문제에 대해 공세를 펼쳤다.

불법이민자들의 대규모 추방시 이민자 가족이 분리될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해리스가 남쪽 국경을 활짝 열어놓았기 때문”이라며 “그가 진정한 리더라면 ‘내가 망쳤다’고 말할 것”이라고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했다.


그러자 월즈 주지사는 “해리스는 과거 미국 최대 주이자 접경 주인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으로서 이번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국경을 넘나드는 인신매매, 마약 거래 등을 기소한 사람”이라고 엄호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이 국경안전요원을 늘려 경비를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했지만 공화당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언급하며 “트럼프가 반대한다고 했다.

선거 이슈가 될 수 있으니 반대표를 던지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팩트 체크’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는 두 후보가 각자 ‘실수’를 인정하는 장면도 나왔다.


진행자들은 밴스 의원이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최고 공직에 부적합하다며 ‘미국의 히틀러’가 될 수 있다고 말했고,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성과를 폄하하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최근 보도를 언급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적절한 조언을 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밴스 의원은 “트럼프는 해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많은 것을 해냈다.

실수하고, 잘못 말하고, 마음이 바뀌면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면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또 진행자들은 월즈 주지사가 과거 1989년 중국 천안문 사태 당시 중국에 있었다고 소개했지만, 실제로는 사태가 끝난 8월 이후에 홍콩에 갔었다는 지역매체의 보도를 언급하며 사실여부 확인에 나섰다.

월즈 주지사는 “그해 여름에 중국에 갔었는데 잘못 말한 것같다”며 중국 여행으로 세상을 이해하려 노력했다고 답했다.


토론회가 종료된 이후에는 밴스 의원의 부인인 우샤 밴스, 월즈 주지사의 부인인 그웬 월즈도 무대에 올라 상대방 부부와 악수와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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