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반군 있는 예멘 공습
가자·레바논 이어 3면전
장거리전 수행 능력 과시

헤즈볼라 수장 사망 소식에
네타냐후 지지율 더 올라가
전쟁폭주 우려에 중동 긴장

이스라엘이 이란을 중심으로 한 ‘저항의 축’에 대한 공세 범위를 확대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을 가하면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하마스와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반군 등과 동시에 전쟁을 벌이는 ‘3면전’으로 확대됐다.


후티 반군이 운영하는 알마시라 TV는 29일(현지시간) 호데이다 항구와 발전소에 공습이 벌어져 항구 노동자 1명과 엔지니어 3명 등 최소 4명이 사망하고, 33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나스랄라를 살해된 지 이틀 만이다.


이스라엘 공군은 이날 예멘 호데이다까지 약 1700㎞를 날아 폭격 작전을 수행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성명에서 “우리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아무리 멀어도 적을 공격하는 데에는 상관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란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한 셈이다.

일간 가디언은 “예멘에 대한 정교한 대규모 공습은 이스라엘군이 상당히 먼 거리여도 공습을 감행할 의지가 있다는 메시지를 이란에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정부의 군사 행동은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30일 새벽 베이루트 서남부의 주택가 알콜라에 있는 아파트 한 채가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았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헤즈볼라와 분쟁이 시작된 작년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군이 베이루트 시내 중심가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이번 폭격으로 4명이 숨졌다
안보 전문가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권이 헤즈볼라 위협 제거를 넘어 중동의 안보 질서와 힘의 균형을 자국에 유리하게 바꿔 놓으려는 근본적 시도를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황을 둘러싼 여론이 네타냐후 총리에 유리하게 돌아가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어느 때보다 자신감을 보인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나흐만 샤이 전 이스라엘 디아스포라(재외동포) 장관은 뉴욕타임스(NYT)에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별칭) 왕이 돌아왔다”며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도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이 상승했다.


국제사회 비난에도 불구하고, 자국민 생명을 지키려는 의지가 국민들의 마음을 잡은 셈이다.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답변이 8%포인트 늘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29일(현지시간) 채널12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긍정 평가는 43%로 나왔다.

부정 평가인 53%보다는 여전히 높지만, 10일 전 여론조사에서 나온 긍정 평가(35%)보다 나아졌다.

당시 부정 평가는 60%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개선된 셈이다.


네타냐후 총리와 전시내각에서 갈등을 빚은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와 총리 적합성 질문에 네타냐후 총리가 38%의 지지율을 얻어 간츠 대표(29%)를 앞섰다.

간츠 대표는 전후 가자지구 계획에 대한 의견 차이로 전시내각에서 빠졌다.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제1 야당 예시 아티드를 이끄는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와의 총리 적합성 질문에도 네타냐후(38%)가 라피드 전 총리(27%)에 우위를 보였다.

채널12의 여론조사는 이날 5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4.4%다.


같은 날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입지에 호재가 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의 오랜 라이벌인 기드온 사르가 이끄는 우파 정당 ‘새로운 희망’이 네타냐후 총리 연립정부에 동참한 것이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사르 대표가 네타냐후 총리 연립정부에 합류한다.

의회 의석 4석을 보유한 새로운 희망이 연정에 들어오면서 네타냐후 총리 내각이 확보한 의석이 전체 120석 중 68석으로 늘어났다.


네타냐후 총리는 “기드온 사르가 내 요청에 응답하고 (연립) 정부에 합류하기로 동의해 줘서 고맙다”며 “이번 결정은 적들 앞에서 우리의 단합을 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르 대표는 “이반 결정은 어렵고 도전적인 시기에 이뤄졌다”며 “지금은 이스라엘 정부의 단합과 응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리쿠드당에서 정치 경력을 시작한 사르 대표는 한때 네타냐후 총리의 유력한 경쟁자로 여겨졌으나, 점차 당권 경쟁에서 밀리면서 2020년 당을 떠났다.

이후 새로운 희망을 창당한 이후 네타냐후 총리의 정책에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이스라엘이 과감한 군사작전을 연일 펼치면서 ‘저항의 축’을 이끄는 이란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NYT는 이란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나스랄라 피살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란 내부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즉각 보복을 주장하는 강경파와 네타냐후 총리가 내민 미끼에 휘말리지 말자는 온건파가 대립하고 있다.

이란은 지난 7월 말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된 데 이어 지난 27일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가 숨진 뒤 강력한 보복을 경고했으나 군사적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발리 나스르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국제정치 전문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란 정부 내 분위기는 내내 이스라엘의 미끼를 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나스르는 “(군사 대응이) 지금 당장은 아닐 것”이라며 “이란은 이스라엘의 군사·정보 우위, 미국의 정치적 공백, 지중해에 배치된 미국 해군 때문에 이스라엘이 지금 전쟁하길 원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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