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류 사회에서 보는 한국의 중요도가 달라졌습니다.
한미 양국의 산업 협력이 보다 강화되는 가운데 그동안 부족했던 서로 간의 관계 형성을 돕고 있습니다.
"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 겸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암참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국 정·관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여러 애로 사항을 없애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미국 역시 한국으로의 사업 확장에 관심이 많아 여러모로 돕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 산업계가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최근 김 회장은 암참 회원사를 포함한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 도어녹 행사에 다녀왔다.
암참이 1985년에 시작한 프로그램으로 매년 1회 워싱턴, 뉴욕 등 미국 주요 도시를 돌며 고위 관리 및 정책 입안자를 만나고 있다.
기존 도어녹 행사에선 미국 기업의 한국지사 경영진이 대다수를 이뤘다.
미국 기업으로서 한국에서 경영하는 데 발생하는 어려움을 미국 정·관계에 알리는 게 주목적이었다.
다만 올해는 포스코,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기업도 참가했다.
한국 기업이 미국 현지에 제조공장을 조성하면서 애로 사항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한국인 전용 전문직 취업비자 법안 통과와 관련해 긍정적인 회신을 얻어내기도 했다"며 "태미 더크워스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의 경우 그 자리에서 직접 동료 의원에게 보낼 통과 독려 편지를 쓰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인 전용 전문직 취업비자 법안은 전문 경력을 갖춘 한국 국적자에게 1만5000여 개 취업비자를 할당하는 법안이다.
한국 기업이 미국 현지 생산기지에 비자 문제로 기술 인력을 파견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의 미국 공장은 국제적인 무역장벽 강화 움직임에 따라 늘어나는 추세이며, 조지아주에만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비롯해 SK온 배터리 1·2공장, 한화큐셀
태양광 셀·모듈 공장 등이 가동되고 있다.
김 회장은 "파견 인력에 대한 비자는 대기업보다 이들의 협력회사에 큰 문제"라며 "조지아주에는
현대차 공장을 따라 수많은 한국 하도급 기업의 공장이 들어와 있는데, 잘못된 비자를 발급받아 추후 법적인 갈등을 겪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암참은 비자 법안 통과와 함께 미국 대사관과 비자 관련 세미나를 열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고위급 인사와의 압축적인 네트워킹 형성도 도어녹 행사의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이달 사흘의 방문 동안 14명의 상·하원의원을 만났다.
미국 연방상원의 최연장자이자 2019년부터 3년간 상원 임시의장을 역임한 척 그래슬리 아이오와주 상원의원, 한국계 앤디 김 뉴저지주 연방하원의원 등 거물급 인사도 포함됐다.
김 회장은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지금이 현지 분위기를 알아볼 중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며 "현지 고위 관계자들도 누가 당선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 각각의 당선 시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은 한국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김 회장은 "이번에 만난 미국 관계자의 공통된 목소리가 '한국은 고객인데 왜 걱정을 하느냐'였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더 견고한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암참은 미국에서도 환영받는 파트너다.
미국 역시 한국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거나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암참은 30일 스펜서 콕스 유타 주지사의 방한에도 크게 기여했으며 존 오소프 조지아주 상원의원실과의 영상회의도 앞두고 있다.
김 회장은 "암참의 핵심 과업은 당연히 미국 회사의 한국 진출을 돕는 것"이라며 "최근 들어 생긴 또 다른 핵심 과업은 한국 회사의 미국 확장을 지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미국의 주요 투자국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의 암참 가입도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등이 최고 등급 회원사로 등재돼 있으며 올해
SK텔레콤,
SK하이닉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김 회장은 "전문직 취업비자를 예로 들면 한국 기업은 공장을 돌리지 못할까 아
우성이지만, 미국인들은 그들의 직업을 한국인이 뺏는 문제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직 취업비자가 한국 기업의 투자와 관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그들도 적극 청취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공감한다"며 "대화를 통해 양국 이익을 이끌어내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김 대표
△1962년생 △UCLA 경제학과,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 △1992년 AT&T 마케팅총괄 △2007년 야후코리아 비즈니스 총괄사장 △2009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 △2014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2015년 한국지엠 사장 △2017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겸 대표이사
[김희수 기자 / 사진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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