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만 타라비시 ICSB 회장. 진주시

외국인 입에서 고려시대 송도 상인, 조선시대 시전·난전·객주 등 한국 상업 역사가 술술 나온다.

아이만 타라비시 세계중소기업연합회(ICSB) 회장 겸 조지워싱턴대 교수 이야기다.

그는 30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K-기업가정신 진주 국제포럼에 참석하고자 한국을 찾았다.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산업회관에서 만난 타라비시 회장은 한국 기업가정신에 대해 '놀랐다' '감명받았다' 등 수식어를 쏟아냈다.

그는 "한국의 기업가정신은 세계적으로도 보편성 있는 정답이 된다"며 "본고장인 한국과 진주시는 이 가르침을 널리 알릴 책무가 있다"고 밝혔다.


타라비시 회장의 한국 기업가정신 연구는 삼성, LG, GS, 효성 등 큰 기업집단 4곳의 설립자가 한 초등학교와 관계됐다는 사실에서 시작됐다.

바로 경남 진주시 지수초등학교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 구인회 LG그룹 창업자, LG그룹을 공동 창업해 GS그룹의 뿌리가 되는 허만정의 장남인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자가 다녔다.


다만 타라비시 회장은 "연구를 해보니 훨씬 깊고 재밌는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기업가정신의 원류를 유학자 남명 조식으로 설명한다.

16세기 실천적인 유학을 창시하고 강조한 학자다.


타라비시 회장에게 한국 기업가정신은 곧 조식의 가르침이다.

크게 4가지로 합리성, 애국애민, 비판주의, 인재양성으로 정리된다.

그는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을 정리한 '삼성 웨이'라는 책을 보면 조식이라는 이름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그 내용은 조식의 4가지 교훈을 복사·붙여넣기 한 것과 같았다"고 말했다.


조식은 경남 합천군에서 나고 자란 인물로, 합천은 진주 인근 지역이다.

진주를 비롯한 경남 일대 학계를 이끈 인물이어서 수많은 제자를 기반 삼아 해당 지역의 문화적 특질을 만들었다고 판단된다.


타라비시 회장은 "진주 사람들의 문화와 더불어 삼성, LG, 효성 등의 가계도에서 조식과 이들 창업주 간 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조식의 가르침이 이들 집안에 자연스레 자리 잡았고 나아가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이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철 선대회장의 직계 조상 중 이종욱은 조식의 제자인 정인홍 밑에서 수학했다.

이종욱과 6촌 관계인 이종영은 조식에게서 직접 배움을 얻었다.

아울러 이병철 선대회장의 할아버지인 이홍석은 조식의 제자 허성의 후손인 성재 허전에게서 교육받았다.

타라비시 회장은 "한국의 기업가정신은 오래전에 형성됐지만 여전히 훌륭한 답안지가 된다"며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기업이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만 타라비시 회장
△1971년생 △2003년 조지워싱턴대 경영학과 교수, 조지워싱턴대 신생 벤처경연대회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교수상', 중소기업 경영 저널 편집장 △2020년 세계중소기업연합회(ICSB) 회장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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