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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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은 27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손잡고 공개매수에 나서게 된 계기로 지난 4월 아연생산을 막는 고려아연의 일방적인 행동이 결정적이었다고 밝혔다.


영풍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경영권 인수를 목적으로 한 공개매수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강성두 영풍 사장은 “영풍이 1대 주주의 자리를 MBK파트너스에 양보하면서까지 공개매수에 나선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오죽했으면’”이라며 “정말 오죽했으면 이렇게까지 했겠냐”고 말했다.


이어 강 사장은 직접 작성했다고 밝힌 입장문을 통해 이번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의 배경에는 고려아연의 ‘영풍 죽이기’가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동업의 상징이었던 서린상사 사태가 한 사례”라며 “고려아연은 서린상사의 경영권 장악 이후 기존에 우리와 함께 거래해 오던 고객사에 영풍과의 거래를 끊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근거를 들었다.


강성두 영풍 사장. [사진출처 = 영풍]
특히 지난 4월 고려아연의 일방적인 ‘황산취급대행계약’ 갱신 거절 통보야말로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했다.


황산취급대행계약은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만들어진 황산을 황산저장시설이 있는 온산항으로 수송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일부 황산 탱크와 파이프라인을 유상으로 이용하는 계약을 말한다.


이와 관련 강 사장은 “황산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생산되는 부산물로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아연 생산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지게 된다”며 “고려아연이 양사 협의로 지난 20년 이상을 아무런 사건 사고 없이 잘 유지돼 온 이 계약을 즉시 끊겠다는 것은 결국 석포제련소의 목줄을 쥐고 흔들어 영풍을 죽이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영풍이 MBK와 손을 잡은 것은 영풍과 고려아연이 같이 살기 위함이라고 강 사장은 피력했다.


그는 “우리는 고려아연을 살리고 영풍이 살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MBK와 손을 잡은 것”이라고 “고려아연은 영풍이 가진 큰 자산이다”고 강조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왼쪽)과 강성두 영풍 사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 나란히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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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사장은 이 자리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 대한 저격도 서슴치 않았다.


강 사장은 “최 회장은 2019년 대표 취임 후 한화 등 국내외 기업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또는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무려 16% 지분 가치를 희석시켜 기존 주주들의 비례적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 사장은 ▲원아시아파트너스 운용 사모펀드 투자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등을 거론하면서 “이그니오홀딩스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의 실체를 알 수 없는 회사이고, 원아시아파트너스는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에 연루된 사모펀드 운용사”라며 “고려아연이 이사회 결의도 없이 5600억원을 투자했다가 1300억원대의 손상 차손을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고도 했다.


강 사장은 앞으로 영풍과 MBK는 지배권 강화를 통해 고려아연 경영 정상화에 나설 계획임을 강조했다.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들의 고용을 확고하게 유지하는 것과 신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강 사장은 “고려아연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제 두 가문에 의한 경영 시대를 매듭짓고 전문경영인 시대로 진입해야 한다”며 “MBK파트너스와 함께 지배권 강화를 통해 고려아연 경영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고려아연 측은 영풍 기자간담회 직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영풍 주주들에게 사과부터 해야한다고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M&A를 무리하게 추진하느라 적법 절차를 무시하며 더 큰 위기를 자초해 혼란에 빠진 주식회사 영풍 주주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되고 석포제련소가 60일간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영풍 경영진은 지금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해 허심탄회한 기자회견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고려아연 주식을 처분하는 행위는 사실상 중요한 영업의 일부를 양도하거나 폐지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은 절차적 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라고도 지적했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국내 최대 규모의 적대적 M&A(인수·합병)로 커지고 있다.


MBK는 영풍과 손잡고 지난 13일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시작, 지난 26일 매수가를 1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한 차례 올렸다.


재계에서는 고려아연이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대항 주식 공개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기준으로 MBK 측은 약 3조6000억원, 고려아연은 1조1300억원 등 양측에서 투입하는 자금 합계가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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