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SK그룹이 조기 임원 인사라는 승부수를 둔다.
리밸런싱(사업 구조조정)과 운영 개선(OI)으로 위기 돌파에 나선 SK그룹은 한발 빠른 인사를 통해 내년 사업에 대비하고 고강도 체질 개선의 고삐를 죄겠다는 계산이다.
26일 SK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올해 정기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11월께 실시할 예정이다.
통상 12월 초순에 단행되던 정기 인사 불문율을 깨고 한 달가량 앞당기는 셈이다.
최태원 회장이 취임한 후 SK그룹이 주요 임원 인사를 11월에 단행한 적은 없었다.
SK그룹이 조기 인사를 위한 준비에 나선 것은 일촉즉발의 경영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선제 조치로 풀이된다.
과거 오너가 경영 공백 사태나 글로벌 경제 위기 등 대외 충격파 속에서도 정기 인사 시기를 앞당긴 적이 없었던 SK그룹이 이번에 조기 인사를 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현재 경영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문제 인식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해 말 취임해 SK그룹의 전면 쇄신을 주문해온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장이 취임한 후 SK그룹은 이례적인 연중 최고경영자(CEO) 교체와 계열사 매각 등 강도 높은 리밸런싱을 진행 중이다.
SK그룹은 올해 내내 경영 위기를 강조하며 고강도 쇄신을 추진했다.
지난해 말 취임한 최 의장은 곧바로 계열사별로 현재 사업에 대한 평가와 점검을 지시하며 변화의 물꼬를 텄다.
매년 그룹사 주요 CEO 회의로 6월에 개최되던 확대경영회의도 경영전략회의로 이름까지 바꾸며 219곳에 달하는 계열사 구조조정과 수익성 개선을 위한 신사업 투자 마스터플랜을 밝히기도 했다.
SK에코플랜트,
SK스퀘어 등 주력 계열사의 경우 전례 없는 연중 CEO 교체라는 초강수로 큰 충격파를 줬다.
SK그룹 관계자는 "연중 중간 인사로 인사에도 성역이 없다는 신호를 분명히 준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1월에 사장단 인사가 이뤄진다면 최 회장이 취임한 뒤 가장 이른 시기에 계열사 리더십이 교체되는 셈이다.
실제 2000년 이후 매년 말 또는 이듬해 초에 났던 그룹사 정기 인사는 2017년부터 12월 초에 실시되며 관례처럼 받아들여졌다.
SK 관계자 등에 따르면 대략 11월 중순 이후 사장단 인사가 실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
SK이노베이션이 11월 탄생하는 만큼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SK이노베이션의 핵심 자회사로,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조속한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도 주요 계열사 인사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SK온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SK온이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것은 2021년 출범 이후 처음이다.
캐즘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인건비 절감과 경쟁력 강화 자구책이다.
희망퇴직 대상은 2023년 11월 이전 입사자로, 신청자에게는 연봉 50%와 단기 인센티브 등을 지급한다.
동요를 방지하기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설명을 준비 중이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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