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일가족 4명 살해혐의
45년 넘게 수감 세계서 가장 오래 복역한 사형수
재판부 “수사기관이 증거 날조” 인정

세계 최장기 복역 사형수 하카마다 이와오. [연합뉴스]
일본에서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44년전 사형 판결을 받은 전직 프로복서가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복역한 사형수’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26일 NHK 등에 따르면 일본 시즈오카현 지방법원은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1980년 사형 판결을 받은 전직 프로복서 하카마다 이와오(88)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 수사기관에 의한 증거 조작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일본에서 확정 사형수가 재심에서 무죄가 나오는 건 약 35년 만이며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5번째다.


전직 프로 복서인 하카마다는 1966년 시즈오카시 시미즈구에 거주하는 된장 제조회사의 전무 일가 4명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1980년 사형이 확정됐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1년 2개월 후 발견된 다섯 점의 의류에 그의 혈흔이 남아 있었다는 게 당시 증거였다.


하카마다는 계속 무죄를 호소했고 10년 전인 2014년에 재심과 일시 석방을 인정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2008년 이후 옷에 묻은 혈흔과 그의 혈액 DNA가 다르다는 것이 여러 차례 입증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의 불복 제기로 결정이 취소되는 등 곡절 끝에 지난해 3월에서야 재심이 개시됐다.

이후 15차례 심리가 실시됐다.


재심에서 최대 쟁점은 사건 발생 1년 2개월 만에 현장 인근 된장 탱크에서 발견됐던 ‘5점짜리 의류’에 묻어 있던 혈흔에 남아있는 붉은 기가 부자연스러운지 여부였다.

일반적으로 혈흔은 1년이 지나면 검게 변해 붉은 기가 사라진다.

하카마다의 변호인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혈흔에 붉은 색이 그대로 남아있어 가짜 증거라고 주장해 왔다.


재판부는 “1년 이상 된장에 절여진 경우 혈흔에 붉은 기가 남는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

사건으로부터 상당 기간이 지난 뒤 수사 기관이 혈흔을 뭍혀 탱크 안에 숨겨 놓은 것” 이라고 지적했다.

또 “5점의 의류와 과거 재판에서 자백의 임의성을 인정했던 1통의 조서 등 3개의 증거도 모두 수사 기관이 조작했다” 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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