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회의에서 핵 교리 개정 주문
“지원국까지 적으로 간주해 대응할 것”
|
지난 2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가안보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AFP통신]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교리 개정’을 공식 선언했다.
핵을 보유하지 않은 나라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지원국까지 공격자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25일(현지시간) 타스·AP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회의에서 정식 핵 교리 개정을 선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현재 군사·정치 상황이 역동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보고 있다”며 “핵 억제 정책은 현실적으로 조정돼야 한다.
핵무기 사용 조건을 다룬 교리 변경 작업이 진행돼 왔고 군사적 위협에 관한 내용이 보강돼야 할 분야”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핵 교리는 적의 핵 공격이나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재래식 무기 공격을 받을 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자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고 주장하며 여러 차례 핵 교리 개정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경우 핵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반복해 왔다.
이번 핵 교리 개정은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무기를 사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을 승인할 경우 핵무기로 반격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핵 교리 개정을 위한 실무적 주문까지 내리면서 ‘새로운 위협의 발생’을 핵 교리 개성 사항으로 지목했다.
최근 안보 환경 변화를 감안해 핵무기 사용이 어떤 위협 상황에서 가능한지 다루는 조항을 고치겠다는 취지다.
그는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는 경우 이를 두 국가의 공동 공격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울러 전투기, 미사일, 드론 등을 활용해 공중과 우주에서 러시아 영토 안으로 대규모 공격을 개시한다는 믿을 만한 정보가 감지되면 핵무기 사용이 검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남서부 본토 쿠르스크를 공습한 뒤 미국, 유럽 등에 서방이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승인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개정 핵 교리에 따르면 만약 우크라이나가 미국 등 핵보유국으로부터 지원 받은 재래식 장거리 미사일 등을 러시아 본토 공격에 쓸 경우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서방 지원국까지 공격자로 간주해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내릴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핵 교리 개정 사항에 러시아에 대한 위협뿐 아니라 맹방인 벨라루스에 대한 공격도 핵무기 대응을 고려할 수 있는 요건으로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그는 “변경할 교리에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한 공격이 발생하면 핵무기 사용 권리를 가진다는 뜻도 담긴다”고 말했다.
한편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전선 격전지인 도네츠크주의 마을 2곳을 점령했다고 주장한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동북부 하르키우의 공장 1곳을 탈환했다고 발표하는 등 양측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같은날 우크라이나에 3억7500만달러(약 5019억원) 규모 추가 군사 지원 계획을 밝히면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용 탄약, 155mm 및 105mm 포탄, 집속탄, 지뢰방호차량(MRAP), 전술 차량, 재블린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