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500년 묵은 앙금 드러나
스페인도 반발 “우리도 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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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벽화박물관 개관식에 참석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앞)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연합뉴스] |
멕시코 첫 여성 국가수반에 오르게 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당선인이 내달 1일 열리는 취임식에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을 초청하지 않기로 했다.
과거 멕시코의 스페인 식민지 시절 문제를 이유로 들었는데 이에 따라 양국 간 외교 마찰이 발생했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25일(현지시간) “과거 멕시코 정복 당시 저지른 학대에 대해 인정하라는 서한에 대한 답변을 스페인이 거부했다”며 “이런 이유로 스페인 국왕을 내 취임식 초청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이달 말 임기를 마치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앞서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에세 500여년 전 스페인 정복으로 인한 멕시코 주민들의 피해를 “공개적이고 공식적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양국 관계 발전에 모범 사례로 여겨질 수 있는 답장은 안타깝게도 받지 못했다”며 “스페인 국왕은 멕시코 국민을 모욕하고 화나게 했다”고 말했다.
이날 좌파 성향의 셰인바움 당선인은 “과거 멕시코 신자유주의자들은 역사를 부끄러워했던 것을 안다”며 “우리는 반대로 우리의 원주민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스페인은 용납할 수 없는 처사라며 멕시코 대통령 취임식 보이콧을 선언했다.
멕시코는 지난 7월께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에게 대통령 취임식 초청장을 보낸 바 있다.
스페인 외교부는 성명에서 “국왕을 취임식에 배제한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스페인 정부는 어떤 수준에서든 멕시코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와 스페인은 역사·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2018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취임 이후로 관계가 다소 소원해진 상태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멕시코에서 활동하는 스페인 에너지 기업들에 대해 “과거 정권에서 이뤄진 시장 개방의 가장 큰 수혜자”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멕시코 대통령은 ‘자원 민족주의’ 성향의 에너지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
그는 2년전 에는 “스페인과의 관계가 좋지는 않다”며 느닷없이 교류 ‘일시 정지’(pausa)를 원한다고 말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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