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한국독일네트워크 컨퍼런스
양국 기업의 AI 활용 방식 등 공유

법률가들, AI 활용 원하는 기업에 조언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는 상황이기에
규칙 아닌 원칙 기반의 거버넌스 필요

김효준 ADeKo(한국독일네트워크) 이사장이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독일 공동 학술대회 ‘제14회 ADeKo(한국독일네트워크)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DeKo 제공]

인공지능(AI)는 이미 산업 현장을 바꾸고 있다.

제약업계와 통신업계에서는 AI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효율성을 가져다줬고,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업계에서도 훌륭한 업무보조 역할을 하고 있다.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독일 공동 학술대회 ‘제14회 ADeKo(한국독일네트워크) 컨퍼런스’가 열렸다.

본격적으로 AI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고민을 해결해줄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김효준 ADeKo 이사장은 “AI가 우리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어떻게 우리 생각의 흐름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등을 다각도로 논의하는 자리”라며 “AI 관련 법적 이슈부터 사람의 일자리 대체까지 AI가 산업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인사이트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AI가 바꾼 산업 부문 중 대표적인 분야가 제약업계다.

암 치료제로 유명한 독일의 제약업체 머크(MERCK)의 최고은 스페셜리스트는 AI가 약을 만들 때 최적의 화학 조합을 찾는 데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효율성을 가져다 줬다고 밝혔다.


최 스페셜리스트는 “제약 과정의 대부분은 원하는 의약 효과를 내기 위해 어떤 단백질이나 효소를 표적으로 삼을 건지 결정하고, 어떤 화학 분자가 이에 작용하는 데 가장 적절한지를 찾는 일”이라고 말했다.


AI는 이 과정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최 스페셜리스트는 “AI는 필요한 화학 분자군을 수십억개에서 수십 만개, 수천 개, 수백 개로 좁혀준다”면서 “수십 개로 좁혀질 수 있는 집합에서 인간이 개입하면 된다”고 말했다.

물리적인 ‘알약’을 만들기 위한 최적의 결합 구조도 찾아준다.


현재 전 세계 기업들은 제약업계 만큼은 아니더라도 크고 작게 AI를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생존의 문제가 된 AI 적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선정 김앤장 법률사무소 외국변호사는 AI 관련 재판들이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AI 준수 리스트’를 확보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데이터를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등 AI 사용 계획과 운영 측면 모두에서 체크 리스트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와 관련한 법적인 이슈에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나 규정이 없고, 법적 기준이 유동적이며 계속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따라서 기업들은 규칙 기반이 아니라 거버너스 기반의 규제가 원칙이 돼야 한다”며 “물론 추세를 계속해서 모니터링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원재 전남대 교수도 원칙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황 교수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우선 소비자가 AI의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소비자에게 AI 관련 설명을 요청할 권리도 줘야 하며 소비자의 동의 없이 AI가 개입될 경우 소비자는 이를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현상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토마스 그리스 독일 아헨공대 교수는 실제 의사보다 AI 의사에 대한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인구 감소 추세를 보면 대부분의 분야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하며 AI가 이를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교수는 “AI를 통해 기업들은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고, 데이터 분석을 고도화할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하게는 엄청난 효율성이 확보된다”고 말했다.

그는 상품 제조공장들을 예로 들며, AI를 통한 품질 관리가 인간에 의한 관리보다 정확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김효준 이사장은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과 독일 간의 결속을 더욱 강화하고 양국 협력을 통해 미래 기술 혁신을 이끌어 나가는 중요한 계기”라며 “앞으로도 독일과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늘날 AI 기술을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키기 시작했다”면서 서울시로 전 세계의 AI 인재와 자본이 모여들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 시장은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AI 허브를 설립했는데, 입주 기업 두 군데가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며 “서울 AI 허브를 20만㎡ 규모의 ‘AI 서울 테크시티’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는 서울에 전 세계 AI 인재와 기업·대학·연구소가 모이고 인적·기술 교류가 확대되는 건 물론 투자와 글로벌 판로 개척에서 시너지를 얻어 서울이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매력적인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에너지와 역량을 아낌없이 쏟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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