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경기부양 ◆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24일 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5%포인트 낮춰 1조위안(약 190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푼다고 발표했는데, 25일엔 시중은행에 3000억위안(약 57조원)의 자금을 공급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5% 안팎'을 달성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대책 발표 나흘 전인 20일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동결하면서 경기부양보다 '은행권 건전성 확보'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금 금리가 떨어지면 자산이 은행권에서 이탈하고, 자칫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년 실업률이 18.8%로 역대 최고에 육박하고, 미국발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으로 침체 징후가 심상치 않자 특단의 조치를 들고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20일까지만 해도 "7월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두고 보겠다"는 입장이었던 인민은행은 지준율 인하와 중기유동성지원창구(M
LF) 조작 카드를 꺼냈다.
M
LF는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에 유동성을 제공하기 위해 시행하는 수단으로,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과 함께 인민은행이 시중 유동성을 조절할 때 사용하는 정책금리다.
그동안 인민은행은 M
LF 금리를 꾸준히 내려 왔다.
2022년 2월 2.95%에서 2.85%로 낮췄고, 그해 9월엔 0.1%포인트를 추가로 인하했다.
2023년에도 7월과 9월 두 차례 금리를 내렸고,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에 2.30%로 0.2%포인트 인하했다.
전날 지준율 인하 발표에 이어 M
LF 금리가 곧바로 인하되자,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LPR 인하도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장은 LPR도 0.20~0.25%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시기의 문제일 뿐 연내 추가 인하가 유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국 내부에서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증권보는 "M
LF 금리 인하는 은행들의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고 LPR과 예금 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만큼 안정적인 시장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날 인민은행이 연내 지준율을 추가로 인하할 수 있다고 언급한 점도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 중국 당국은 유동성 공급을 꾸준히 늘려 왔다.
지난 2월 지준율과 5년물 LPR을 각각 0.5%포인트, 0.25%포인트 인하했고, 지난 7월에는 5년물·1년물 LPR을 0.10%씩 낮췄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으로 유동성 공급 여력이 생긴 점을 고려하면 향후 더 많은 유동성이 풀릴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2020년 초 '코로나 쇼크' 수준까지 빠진 중국 증시가 크게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모건스탠리의 주식 전략가인 로라 왕은 "이번 조치들은 투자심리와 유동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줄리어스 베어의 중국 전략가이자 리서치 책임자인 리처드 탕도 "이번 경기부양책은 평소보다 더 큰 증시 반등을 촉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론 이번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선전 룽후이 펀드 매니지먼트의 설립자인 저우난은 "단기적으로 시장 신뢰를 개선할 수 있지만 추세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중단기적으로 시장이 바닥을 찍기 전에 가격이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줄리언 에번스 프리처드 애널리스트는 "올해 성장률 목표(5% 안팎)를 달성하려면 더 많은 재정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프랑스 나틱시스 증권의 선임 경제가 게리 응은 "조처가 조금 늦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면서도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선 더 낮은 금리 환경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지난달 발표한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한 흐름을 보인 점도 이 같은 비관적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중국의 지난달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은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
지난달 실업률도 5.3%로 전달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청년(16~24세) 실업률 역시 18.8%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 미만으로 하향 조정했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