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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문화센터 수강생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이효석 기자 |
지난 20일 오후 7시에 찾은 서울 송파구 한 빌딩 7층 박물관. 닫혔던 박물관 문이 다시 열리고 불이 켜졌다.
수강생 20명이 이른바 '불금'을 마다하고 '아샴 유니버스'의 문으로 향했다.
250여 점의 작업을 통해 3024년을 소환한 작가 다니엘 아샴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경기 안양에 거주하는 민승혜 씨(25)는 요즘 '힙'한 작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아샴의 작품을 국내 1호 전시해설사의 설명으로 들을 수 있어 이곳을 찾았다.
민씨는 "고요한 분위기에서 작품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야간 박물관 투어의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백화점 문화센터 가을학기는 '아트'를 입었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는 예술 강좌를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늘렸다.
특히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롯데뮤지엄은 롯데문화센터 원데이 수업 수강생들만을 위해 문을 열었다.
국내 1호 전시해설가인 김찬용 큐레이터의 설명도 가미됐다.
백화점 문화센터의 야간 박물관 투어가 인기를 끄는 건 붐비지 않는 조용한 공간에서 작품에 몰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날 부산 남구에 있는 부산문화회관 전시실에서도 문화센터 수강생들만을 위한 야간 박물관 투어가 진행됐다.
수업은 조기 마감을 기록할 정도로 큰 호응을 끌었다.
예술 강좌는 가을학기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영화와 전통주를 마시며
동양화를 그리는 수업도 있다.
다음달 8일 열리는 한 수업에서 수강생들은 서울 성북구에 있는 전통 한옥에서 전통주를 마시며 영화를 통해 조선 후기 미술을 대표하는 오원 장승업의 일대기를 살펴본다.
이미 등록은 조기 마감된 상태다.
우리 술을 배워보는 수업도 있다.
수강생들은 서울 중구에 있는 춘풍양조장을 방문해 전통주를 시음하고 우리 술 '발표'에 대해 배운다.
다음달 26일부터 11월 7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국내 백화점이 최근 예술 강좌를 대폭 늘리고 있는 건 국제비엔날레와 아트페어, 미술관·갤러리의 기획전 등 행사 때문에 예술을 향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서다.
유통업계는 '아트슈머(Art+Consumer)' 중 2030 젊은 고객과 큰손을 잡아 집객 효과를 거두기 위해 뛰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이 문화센터 강좌에 공들이는 건 '고객 록인(Lock-in)' 효과가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롯데문화센터 회원 중 80%가 매주 주기적으로 롯데백화점을 방문해야 하는 정기 강좌 회원인 만큼 문화센터는 고객 유입 및 매출 연계 효과가 크다.
지난해 롯데문화센터 회원이 롯데백화점에서 구매한 횟수와 1인당 구매금액(객단가)은 일반 고객 대비 각각 4배, 5배 더 높게 나타났다.
문화센터 회원의 상당수가 백화점 우수 고객인 '에비뉴엘(AVENUEL)' 고객인 만큼 백화점은 강좌를 기획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업계 최초로 에비뉴엘 고객을 위한 특별 강좌들만 모은 '에비뉴엘 전용관'도 운영한다.
특히 야간 박물관 투어 강좌처럼 진입장벽이 낮은 '일일 수업(원데이 클래스)'은 2030세대 고객 유입에도 유리하다.
주 52시간 근무제 확대와 더불어 퇴근 후 자기 계발을 하고자 하는 2030세대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회원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코로나 이전(2019년) 대비 15%포인트 증가하며 절반을 넘겼다.
백화점은 예술 강좌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일명 '
하이브리드 강좌'를 늘리기로 했다.
하이브리드 강좌는 예술, 와인, 쿠킹, 운동 등 서로 다른 영역의 강좌들을 묶어 함께 진행하는 수업을 뜻한다.
단기간에 여러 이색 경험을 동시에 제공해 젊은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다.
지난 20일 롯데백화점은 '김환기&김선우 아트 에디션 와인과 함께 떠나는 미술산책' 강좌를 진행해 조기 마감을 기록하는 등 큰 흥행을 기록했다.
수강생들은 김환기 화백의 작품이 최초로 와인과 만난 롯데백화점의 '돈 멜초×김환기 아트 에디션 와인'을 경험한다.
'도도새 작가'로 유명한 김선우 작가의 작품이 만난 '바론 리카솔리×김선우 아트 에디션 와인'도 시음한다.
최이라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담당은 "최근에는 강의실 내·외부에서 고객들이 직접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강좌가 많다"며 "특히 아트와 같이 프리미엄 콘텐츠를 경험해볼 수 있는 강좌에 대한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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