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용인 항공레이더 시험장
‘전투기의 눈’ 최첨단 레이더
무인기 적용위해 소형·경량화
마지막 지상 테스트 한창

KAI 미래 소프트웨어 기술팀
스스로 판단·전투수행 AI
철통보안속 핵심기술 개발
6년내 유무인 복합체계 확보

한화시스템의 무인기용 AESA 레이다 모형 사진. [사진 제공 =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 용인종합연구소의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더 지상시험실.
야외에 위치한 AESA레이더와 시험장 반대 편에 설치된 비콘 타워(가상으로 표적 신호를 모사하는 장치)를 가동시키자 지상시험실에 설치된 디스플레이에 반경 100km 내 운항 중인 민항기들과 비콘 타워가 생성한 모의 표적의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왔다.


탐지되는대로 일련번호가 붙은 표적과의 거리와 이동 속도, 고도까지 레이더가 잡아내는 모습이었다.

공중과 지상·해상 표적에 대한 동시 추적·탐지가 가능해 ‘전투기의 눈’으로 불리우는 AESA레이더가 지상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마지막 테스트다.

한화시스템이 자체적으로 개발해온 무인기용 AESA레이더도 이곳을 거쳤다.


박혁 한화시스템 감시정찰부문 대표는 “AESA레이더를 탑재한 기체가 움직일 때 기체의 좌표와 표적간 거리, 고도 차이 등을 정확하게 맞춰 실제 기체에 달아도 문제가 없도록 검증하는 것”이라며 “한국형 전투기 KF-21에 탑재될 AESA레이더도 이 시험을 모두 진행한다”고 말했다.


지구촌 곳곳에 무기를 수출하며 성과를 올리고 있는 K방산 기업들이 미래 방산시장 공략을 위해 신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향후 무인화·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된 무기체계로 재편될 것을 대비하는 차원이다.


미래 공중전을 좌우할 ‘유무인 전투기 복합 전투체계’ 개발을 위해 세계 각국이 인공지능(AI) 기반 무인전투기 등 첨단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유인 전투기와 함께 운용할 목적으로 스텔스 무인 전투기 ‘가오리-X’ (위)를 개발 중이며, 미국 공군은 지난 3월 AI 무인전투기 ‘XQ-58A 발키리’와 F-35 전투기의 시험 비행(아래)에 성공했다.

[사진 출처 = 국방과학연구소·미 공군]

지난달 매일경제가 방문한 한화시스템 항공레이더 종합시험장 한 켠에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한화시스템이 개발중인 ‘무인기용 AESA레이더’의 목업이 전시돼 있었다.


직경이 맨홀 뚜껑만한 기존 AESA레이더 사이즈의 절반에 불과했다.

냉각수로 열을 식히는 기존 AESA레이더와 달리 공기로 열을 제어하는 ‘공랭식 기술’이 적용돼 무게를 감소시키고, 레이더의 신호를 주고받는 안테나 핵심 부품인 송수신 블록(TRB)을 압축하는 등 성능을 유지하면서 부피를 절반 가량 줄인 모델이다.


유무인 복합체계로 변화하는 미래 전장에서 KF-21 등 유인기보다 크기가 작은 무인기도 유인기의 지시를 이행해야하는 만큼 기존 AESA레이더와 성능은 동일하되 소형·경량화할 필요가 있다.


유인기와 편대 비행을 하면서 유인기의 지휘·통제를 받는 무인기는 먼저 전장에 뛰어들어 감시 정찰, 전자파 교란, 정밀 타격 등을 수행해야 하므로 미래 공중전의 승패를 가를 기체로 평가된다.


박 대표는 “유인기보다 먼저 전투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무인기도 AESA레이더가 필요하다”며 “공중과 지상, 해상에서 이동하는 적들을 탐지·추적해야하는 기능을 유지한 채로 개발중”이라고 말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6월 ADD가 주관하는 ‘무인전투기용 AESA레이더 기술개발’ 과제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전부터 차분히 준비해왔다.

공랭식 기술을 적용해 자체 설계한 무인기용 ASEA레이더의 실내 성능 시험을 비롯해 지상시험장 테스트도 마쳤다.

현재 ADD 주관으로 개발중인 레이더는 내년 상반기에 시제품으로 나올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인지·판단·비행·전투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 조종사(AI 파일럿)를 무인전투기에 탑재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최근 매일경제가 방문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서울사무소에는 AI 파일럿 연구 개발 실증에 필요한 실험실이 마련돼 있었다.

KAI의 미래소프트웨어(SW)기술팀 소속 20여 명의 연구원만 출입할 수 있는 극비 장소다.


AI 파일럿은 사람의 지속적인 통제나 제어 없이 전장 상황을 스스로 분석해 자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말한다.

인지, 판단, 비행 및 전투를 수행하는 지능이 하나의 체계로 통합돼야 AI 파일럿 기술이 완성될 수 있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KAI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한성호 미래SW기술팀 연구원은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무인기의 임무 통제를 조종사가 직접 수행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반면 AI 파일럿은 유무인 복합, 더 나아가서 무무인 복합체계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이라며 “유무인 복합체계에서 조종사는 무인기와의 협업 임무를 수행하는 ‘전술 관리자’로 역할이 변경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두주자인 미국에 이어 중국, 유럽, 일본 등 각국의 항공·AI 분야 연구자들은 최근 AI파일럿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은 2028년도 전력화를 목표로 하는 CCA(미 공군 무인전투기)에 적용할 AI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차세대 공중전투체계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영국, 일본 등도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일본의 경우 영국, 이탈리아와 함께 글로벌전투항공(GCAP) 개발에 참여하고 미국과는 무인전투기 및 AI 기술 공동개발에 합의하는 등 차세대 공중전투 기술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독자적인 AI 기술 확보를 위해 뛰어든 KAI는 2030년 내에 유무인 복합체계의 핵심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올 초 KAI는 소형 상용 모형 항공기 기체에 AI를 탑재해 목표 지점으로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중장기적으로는 KAI에서 자체 개발 중인 다목적 무인기(AAP)에 AI 파일럿을 탑재해 비행하는 것을 목표로 내년 중 다목적 무인기의 축소기에 적용할 방침이다.

이르면 2026년에 다목적 무인기 실증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연구원은 “미 공군의 사례를 보더라도 AI 파일럿 기술을 빨리 성숙시키는 방법은 AI 모델을 개발하는 SW 능력과 이를 플랫폼에 탑재해 시험을 하는 실증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가상환경(시뮬레이션) 인프라는 한국도 높은 수준에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이를 실증하기 위한 플랫폼(기체) 확보 여부가 기술 완성도를 가르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