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구제금융·긴축 정책에 국민 불만 누적
부패 척결·빈곤층 지원 공약 꺼내 승리
임기 5년간 ‘경제 살리기’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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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현지시간) 치러진 스리랑카 대선과 22일 진행된 2차 개표를 거쳐 최종 당선을 확정지은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 당선인이 23일 대통령 정식 취임 전 수도 콜롬보의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을 방문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AFP연합] |
‘국가부도’ 위기에 빠진 스리랑카에서 과거 좌파 무장투쟁 활동을 주도했던 정치인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가 대통령에 취임한다.
23일(현지시간)부터 5년 임기를 시작하는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지난 21일 치러진 스리랑카 대선에서 인민해방전선(JVP) 총재이자 좌파 연합정당 국가인민동맹(NNP) 대선 후보로 나와 라닐 위크레메싱게 현 대통령과 사지트 프레마다사 제1야당 국민의힘연합(SJB) 총재를 누르고 2차 개표까지 진행한 접전 끝에 승리했다.
지난 2019년 대선에 출마할 당시만 해도 3%대 득표율로 3위에 그쳤지만,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실정으로 스리랑카가 경제 위기에 처한 뒤 부정부패 척결과 빈곤층 지원 정책을 내세워 지지를 얻었다.
앞서 스리랑카는 2022년 4월 83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국내외 부채와 연간 70%에 달한 물가상승률을 비롯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난과 외환·생필품 부족 사태가 지속되며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이로 인해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면서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해외로 도피한 뒤 사임했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도피 전 총리로 지명한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라자팍사 가문의 정당인 스리랑카인민전선(SLPP)의 지지를 기반으로 의회에서 대통령에 선출됐고, 남은 임기 동안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추진해 작년 3월 3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확보했다.
그러나 IMF의 긴축정책 요구에 따라 증세 조치를 취하자 국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현재 2200만명인 스리랑카 국민 네 명중 1명은 하루 3.65달러 빈곤선 이하로 생활하는 빈민층이다.
이에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 뿌리 깊은 부정부패를 제거하겠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앞에워 빈곤층과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얻었다.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1968년 11월 스리랑카 북중부 아누라다푸라 지방의 육체 노동자인 아버지와 가정주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서민 가정 출신의 정치인이다.
그는 공립학교에서 공부해 국내 대학에 진학한 뒤 1987년 학생 신분으로 당시 마르크스주의 정당 JVP에 입당해 처음 정계에 투신한 뒤 수도 콜롬보 근처 켈라니야대학교에서 학생 운동가로 활동했다.
JVP는 스리랑카 내전기인 1971년과 1987~1989년 두 차례에 걸쳐 사회주의 국가 수립을 목표로 무장 봉기를 추진하다 실패하는 과정에서 8만여명이 사망한 뒤 무장 투쟁 노선을 포기했지만 직전 총선에서 3%대 득표에 그치면서 정치적 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해 있었다.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1997년 JVP 중앙위원회를 거쳐 2000년 스리랑카 국회에 입성해 2004년 농업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2008년 JVP 총재가 된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2014년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무력 충돌 기간 동안 일어나선 안 될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며 과거 스리랑카 내전 기간 동안 자행된 폭력 사태에 대해 사죄하기도 했다.
향후 5년의 임기 동안 디사나야케 대통령 앞에 놓인 시급한 과제는 경제 위기 극복과 민생고 해결이다.
스리랑카는 주요 채권국인 중국(70억달러)과 인도의 채무 유예·탕감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460억달러의 외채 상환 부담이 남아있다.
IMF와도 재협상으로 30억달러에 달하는 4차 구제금융 지원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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