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 주가 계속 오르려나”…경영권 사수 쩐의 전쟁 벌어졌다는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2라운드

최윤범 회장 측 자금확보 자신
대항 공개매수 카드까지 고려
김동관 부회장과도 물밑접촉
MBK, 매수가 상향여부 주목
24일까지 치열한 수싸움 전망

[매경DB]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대항 공개매수 계획이 시장 예상보다 일찍 가시화된 것은 최 회장 편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우호 기관들의 협력 의사를 어느 정도 확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 회장 측이 대항 공개매수를 하게 되면 필요 자금은 1조원을 전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우군찾기에 나선 최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모아 대응에 나설 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2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최 회장은 북미 지역 기관을 포함해 국내외 기관들과 대항 공개매수 등 다양한 방법을 두고 협력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추석 연휴기간이던 지난 16~18일 일본·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 해외 출장에 나섰는데 이 과정에서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최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회동을 갖고 협업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그룹은 2022년 유상증자 등에 참여해 고려아연 지분 7.76%를 확보한 이후 수소·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함께 추진 중이다.


한화그룹 측은 “고려아연과의 사업 협력은 장기적인 투자를 필요로 하는 만큼 경영권 분쟁 상태가 장기화되면 사업 협력 성공 가능성과 지속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고려아연과의 사업 협력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LG화학도 한화그룹과 같은 입장이다.

LG화학 관계자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면 양사 간 미래 협력 관계에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 측이 발빠르게 대항 공개매수를 검토하고 나선 건 MBK파트너스를 압박하기 위해서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고려아연 최 회장이 상대측 지분율 과반 확보를 막는 정도의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를 하기 위해 필요한 고려아연 지분은 6.05%다.

20일 종가 기준을 대입하면 약 9130억원 규모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해외 투자자를 비롯해 국내 유력 대기업과 증권사 등을 통해 이미 필요 자금 상당 부분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풍정밀은 최 회장 측이 비교적 손쉽게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대상이다.

영풍정밀은 최 회장 측이 이미 35.25% 지분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대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고려아연 측 우호 지분을 감안할 경우 실질적인 지분율은 40%가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입장에선 MBK가 추가적으로 어떻게 나오느냐를 보고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타이밍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영풍정밀을 더해 공개매수에 1조905억원~2조1332억원을 투입할 방침이었다.


문제는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공개매수 예정가(주당 66만원)보다 현재 고려아연 주가(20일 종가 기준 73만5000원)가 더 높다는 점이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최근 주식을 사들인 주주들은 MBK파트너스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사실을 밝힌 후 3 영업일간 발생한 고려아연 거래량은 148만주로 전체 주식의 7%에 달한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유통물량이 23% 중 6.9~14.6%를 공개매수할 계획이었는데, 현재 주가흐름이 이어질 경우 상당수 주주가 공개매수 예정가보다 더 높은 가격에 고려아연 주식을 들고 있게 된다.


MBK파트너스는 목표 최소수량(6.9%)을 채우지 못하게 될 경우 주식을 사들이지 않겠다고 공시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오는 ‘9월 24일’을 1차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공개매수 종료일까지 열흘 이상 남으면 공개매수 기간 연장 없이 공개매수가를 올릴 수 있는데 마지노선이 바로 9월 24일이기 때문이다.

만일 그 이후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할 경우 공개매수 기간을 10일 연장해야 한다.


관건은 MBK파트너스의 향후 움직임이다.

MBK파트너스는 표면적으론 공개매수 가격 추가상향은 없다고 못박았다.

최근 주가가 올랐지만 기존에 보유하던 기관투자자들은 대부분 장기투자자고 평균 취득 단가가 45만원 아래이기 때문에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가격(66만원)에 응할 것이란게 MBK파트너스 측 입장이다.


자금 여력도 있는 상황이다.

이론상으로 80억 달러(약 10조원)를 목표로 자금모집 중인 바이아웃 6호 펀드서만 최대 2조원에 달하는 에쿼티(자기자본)를 고려아연에 투자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통상적으로 비슷한 규모의 인수금융(대출)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MBK파트너스는 4조원가량의 돈을 고려아연에 투입할 여력이 있는 상황이다.

이미 MBK파트너스는 NH투자증권으로부터 1조5000억원을 빌려(브릿지론) 공개매수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MBK파트너스 입장에선 높은 공개매수 가격을 통해 경영권 획득에 성공하더라도 추후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한다면, 50만원대에 불과했던 고려아연 주식을 현재 주가인 73만5000원보다도 더 높은 가격에 사들이는 꼴이기 때문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고려아연이 PBR 1.6배·PER 27배로 저평가 기업이 아니어서 MBK파트너스가 이에 투자하는 건 단기적인 시세차익보다는 중장기적인 기업 밸류업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왔다”며 “추가 공개매수가 인상은 MBK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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