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입주를 앞둔 아파트 단지의 분양권을 보유한 회사원 김 모씨는 최근 분양권을 아내에게 증여했다.
'증여' 형식의 매매로 명의를 아내 이름으로 변경한 것이다.
소득이 없는 가정주부인 아내 명의로 굳이 변경한 이유는 취득세 때문이다.
분양권을 취득할 때 2주택자였던 김씨는 그사이 주택 한 채를 매도했다.
그러나 분양권은 취득 시점 주택 수를 기준으로 취득세를 계산하기 때문에 현재 2주택자여도 3주택자로 취득세 중과 대상이 된다.
비조정지역 3주택자로 취득세 8%를 내야 했던 김씨는 분양 관계자에게서 "배우자 명의로 바꾸면 취득세를 줄일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현재는 집을 팔고 1주택과 분양권만 있는 상태여서 아내가 분양권을 취득하면 그 시점을 기준으로 주택 수가 계산돼 2주택으로 기본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분양권을 주택 수로 보는 규제 이후 잔금 납부 시 취득세 문제로 실수요자들 혼란이 크다"면서 "과도한 규제가 가족 간 증여를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요즘 분양업계에서 '부부간 분양권 증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입주를 앞둔 분양권 소유자들이 취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부부간 분양권 증여'를 선택하는 것이다.
올해 초 행정안전부가 분양권 증여에 대해 '증여계약서상 계약일'을 취득일로 본다고 명시하면서 분양업계는 부부간 증여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분양권은 아파트에 입주할 '권리'다.
과거에는 주택으로 치지 않았지만, 지방세법 개정에 따라 2020년 8월 12일 이후 취득한 분양권은 주택 수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는 분양권을 취득한 뒤 그 아파트에 입주할 때, 기존 집을 처분했더라도 분양권을 계약한 시점을 기준으로 주택 수가 적용돼 취득세 중과 대상이 된다.
그런데 이를 피할 수 있는 길이 알려져 부동산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분양권 계약 후 집을 매도한 뒤 분양권을 부부 등 가족 명의로 변경하는 방식이다.
지난 3월 행안부는 2주택자가 분양사업자로부터 최초로 주택 분양권을 취득하고 기존 1주택을 처분한 후, 배우자에게 분양권을 분양권 전매와 동일한 형식으로 증여해 배우자가 분양 주택을 취득한 경우에는 분양권 증여(무상취득)에 대한 '증여계약서상 계약일'을 취득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배우자 명의로 분양권이 계약된 시점을 기준으로 주택 수를 다시 적용하기 때문에 취득세 중과를 피할 수 있게 된다.
또 배우자에게는 10년간 증여세 6억원까지 공제되기 때문에 분양권 보유자는 이를 활용해서 부부 명의로 분양권을 바꿀 수 있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분양권을 어느 시점에 계약했느냐에 따라 세금이 수천만 원 차이가 나다 보니 명의 변경을 위해 분양권을 증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비정상적 세금이 불필요한 행정비용을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