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골프웨어 시장을 넘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 토종 골프웨어들. 이들은 과연 K-골프웨어 한류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글로벌 시장을 개척 중인 골프웨어 브랜드들의 행보를 들여다봤다.


일본 도쿄 다이마루
백화점에서 열린
페어라이어 팝업스토어.
한동안 그룹 뉴진스의 도쿄돔 팬미팅 실황이 화제였다.

불과 데뷔 2년 차의 한국 아이돌 그룹이 도쿄돔 공연을 매진시킨 것도 모자라, 멤버 하니가 커버한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는 일본 본토에서 역주행을 불러일으켰다.

K-POP의 위상을 열도에 떨친 장면을 보고 직업적 호기심에 구글 재팬을 켰다.

한류가 골프웨어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했다.

‘한국 골프웨어’를 검색했다.

종합 인터넷 쇼핑몰 라쿠텐에 올라 있는 한국 골프 상품은 4만5000건 이상. 한국 골프웨어 직구 사이트도 꽤 있었다.

‘일본 최대급 한국 골프웨어 우편 주문 사이트’ ‘한국 대인기 골프웨어 브랜드 14사 취급’… 그중 한 부연설명이 눈길을 끌었다.

“골프에서도 일상에서도 세련됨을 추구하는 골퍼를 위한 한국 골프웨어 숍”. K-골프웨어의 셀링 포인트가 여기에 있지 않나 싶었다.


트렌드를 무기로 한류 타고 열도 공략
지난해 <닛케이비즈니스>에 실린 특집기사 ‘골프를 성장산업으로, 탈 「아저씨」로 여성·청년층에 어프로치’에 따르면 일본은 코로나19 이후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골프 인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골프장경영자협회에 의하면 2021년도 골프장 이용자 수는 8969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도 대비 373만 명 증가했다.

호기를 놓칠세라 일본 골프업계는 저마다 35세 이하 골프장 회원제 도입, SNS 광고 등 영 골퍼 및 여성 친화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국내 골프웨어 입장에선 청신호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류 호감도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지 흐름을 제대로 겨냥한 것이 페어라이어다.

페어라이어는 지난 4월, 도쿄 다이마루 백화점에서 팝업 행사를 진행했다.

브랜드 뮤즈인 티파니 영이 참석한 가운데 구매 고객 대상 추첨을 통한 팬과의 인사 이벤트를 개최해 오픈런 행렬이 이어졌다.

티파니 영뿐 아니라 일본 현지 셀럽들의 방문으로 SNS 바이럴 효과도 톡톡히 봤다.

오픈 일주일간 매출이 한화 기준 1억 원이 넘었다.

페어라이어 마케팅팀 이지혜 차장은 “자체 데이터를 살펴보면 고객 중 절반이 골프를 치지 않는다”라며 “럭셔리 스포츠웨어와 데일리웨어로 겸할 수 있다는 점이 해외에서 각광받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페어라이어는 미국, 캐나다, 대만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싱가포르까지 해외 진출을 확장하고 있다.

올 9월부터 일본에서 정기적인 팝업스토어를 전개할 예정이며 10월에는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마리나베이샌즈에서 팝업을 진행한다.


일본 도쿄 더블이글 긴자점의 엘로드X팜스앤코 팝업스토어.(왼쪽)
일본 오사카의 어뉴골프 매장.
엘로드는 일본 오리지널 골프 브랜드 팜스앤코(PALMS&CO.)와의 협업을 기념해 긴자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지난 7월부터 8월 말까지 엘로드x팜스앤코 팝업이 열린 일본 더블이글 긴자점은 현지인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이 밀집하는 상권. 프리미엄 토털 골프 브랜드답게 팝업 매장은 하이 퀄리티 편집숍 형태로 차별화를 뒀다.

엘로드를 전개하는 코오롱FnC 커뮤니케이션팀 양아주 팀장은 “한류 열풍을 타고 엔터테인먼트부터 패션까지 전 분야에 걸쳐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차별화된 디자인과 퀄리티의 K-골프웨어를 접하고 싶어 하는 일본 시장의 니즈를 바탕으로 팜스앤코와의 만남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시장을 정조준한 브랜드도 있다.

어뉴골프를 전개하는 큐앤드비인터내셔날은 2021년 큐앤드비재팬을 설립하며 도쿄를 비롯해 오사카 등 주요 도시에 매장을 열었다.

어뉴골프 특유의 트렌디한 디자인과 기능성이 영 골퍼에게 먹히면서 브랜드 인지도는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어뉴골프 관계자는 “일본은 MZ세대와 여성 골퍼를 중심으로 골프 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며 “변화가 빠르고 스타일리시한 골프웨어를 선호하는 현지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특별 컬렉션을 출시하는 등 현지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 방콕 엠포리움 백화점의 FJ어패럴 매장.(왼쪽)
베트남 하노이 롯데몰의 헤지스골프 매장.
가능성을 지닌 동남아시아 진출 경쟁
팬데믹 이후 급격한 국내 골프웨어 시장의 축소는 해외 진출에 불을 당겼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브랜드에 있어 동남아시아 시장은 매력적인 공략지다.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시장을 선점하는 쪽이 더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FJ어패럴은 한국 시장의 성공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FJ어패럴은 2024년까지 태국과 싱가포르, 베트남에 8개 매장 오픈을 완료하고 2025년엔 말레이시아에 추가로 매장을 열 계획이다.

FJ가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데는 한국 FJ어패럴이 중추적 역할을 했다.

FJ는 본격적인 어패럴 사업 확장의 시발점을 ‘한국’에서 찾았다.

이를 위해 2019 S/S 시즌부터 한국 어패럴 개발팀을 별도로 구성해 기획 단계부터 디자인, 생산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물론 글로벌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개편한 바 있다.


FJ 본사는 한국을 비즈니스 모델로 벤치마킹해 본격적인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섰다.

FJ어패럴을 전개하는 아쿠쉬네트코리아 관계자는 “전 세계 골프 어패럴 시장 가운데 한국 골퍼들은 디자인과 소재, 핏 등 다방면으로 수준 높은 안목을 갖추고 있다”면서 “까다로운 골퍼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퍼포먼스’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을 이뤄내며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헤지스골프는 베트남에 이어 중화권으로 추가 영토 확장에 나섰다.

베트남 6개 매장에 이어 지난 5월 중국 상하이 지우광백화점에 단독 매장을 연 것. 타깃은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상류층과 고위층 골퍼다.

LF 대표 브랜드인 헤지스의 헤리티지와 프리미엄 골프 브랜드의 이미지를 앞세워 고급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어메이징크리를 전개하는 에이엠씨알 문경덕 이사는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K-골프웨어의 선호도가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골프웨어 시장에서 전 세계 1위가 한국이다.

한국은 규모뿐 아니라 상품 경쟁력과 트렌드 측면에서 타 시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만들어낸다.

한국을 방문한 해외 여행객의 소비 패턴이 K-골프웨어에 대한 높은 선호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일례로 어메이징크리 더현대서울점 같은 경우 평일 매출의 30% 이상을 동남아시아 및 중동 국가 여행객들이 차지한다.


국내 시장의 성과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어메이징크리는 2024년 현재 캐나다, 대만, 필리핀, 중국에 진출해 있다.

유니크한 디자인과 고퀄리티 소재를 강점으로 내세워 현지에서도 철저히 하이엔드 골프웨어 고객층을 공략한다.

올 하반기엔 태국, 싱가포르까지, 향후엔 일본과 두바이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전 지역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경덕 이사는 한국 골프웨어의 높은 경쟁력이 반드시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패션은 곧 문화이기에 진출 국가에 대한 사전 조사 및 파트너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 이에 어메이징크리는 파트너 선정 시 가격 등의 포지션과 그에 따른 현지 마케팅에 대한 철저한 원칙을 따른다.


미국 ‘2024 PGA 쇼’에 참가한 왁 부스.
아시아를 넘어 골프 본토 미국으로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를 넘어 골프 종주국으로 꼽히는 미국을 노리는 브랜드들도 있다.

골프를 생활체육처럼 즐기는 미국은 골프 환경이나 마켓, 심지어 의류의 디자인과 핏마저 한국과 가장 다른 시장으로 꼽힌다.

그만큼 공략이 어렵다는 얘기.
왁은 지난 2019년 일본을 시작으로 꾸준히 해외시장을 공략해왔다.

해외 파트너와의 빠른 의사 결정과 협력,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2022년 5월, 코오롱FnC의 자회사로 분리돼 지금은 슈퍼트레인㈜에서 공식 전개하고 있다.

해외 진출 가속화를 위한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현재 왁은 일본,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 등 총 11개국에 무려 46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 ‘2024 PGA 쇼’에 참가한 왁은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클래식한 디자인의 미국 골프웨어와 달리 과감한 디자인과 활동성을 갖춘 경쟁력이 주효해 미국뿐 아니라 해외 주요 바이어 및 관계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왁은 2022년 3월, 미국 시장에 첫발을 디딘 후로 미국 및 해외 각지의 다양한 파트너사와 홀세일 및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는 북미 사이즈 스펙을 적용한 미국 전용 리미티드 에디션도 선보였다.


슈퍼트레인 김윤경 대표는 “한류가 글로벌 의류 시장에 영향을 미침에 따라 한국 골프웨어에 대한 해외의 관심과 기대 또한 매우 높아지고 있다”며 “왁은 론칭 초기부터 패셔너블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고 이는 한류가 가져온 한국 패션의 포지셔닝 변화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K-골프웨어 브랜드로서의 위치를 선점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뉴골프 또한 ‘2024 PGA 쇼’에 참가했다.

어뉴골프는 이번 쇼를 해외 바이어들과의 네트워크를 도모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발판으로 삼았다.

홍콩, 마카오, 필리핀, 인도, 유럽 등 다양한 국가와 계약 논의 및 체결을 진행 중인 어뉴골프는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해외 매출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다진 저력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중소기업도 있다.

팜트리골프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기반으로 한 ‘디플러스에이’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미국에 진출했다.

팜트리골프는 야자수를 모티브로 여유롭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골프 브랜드. 미국 캘리포니아 감성에 자연 친화적인 브랜드 가치를 내세워 현지에 어필하고 있다.

팜트리골프를 전개하는 팜조이컴퍼니의 유성찬 부대표는 “미국 골프장 내 클럽하우스 입점 및 금융계 판촉 용품 등으로 판매 활로를 개척할 예정”이라며 미국을 기점으로 캐나다까지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K-POP과 K-Culture의 선전에 힘입어 전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 골프웨어의 강점은 패션성과 기능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 시장에서 검증받은 트렌디함에 까다로운 품질 관리, 탁월한 기능성과 독창적인 디자인까지. 높은 상품력을 무기로 해외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K-골프웨어는 한류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열정으로 세계를 누비는 토종 브랜드들에게서 그 가능성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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