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이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한 가운데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마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텔이 추진하는 파운드리 최첨단 1.8나노 공정이 브로드컴의 테스트에서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설계 회사인 브로드컴은 자체 설계도를 인텔에 보내 지난달 인텔이 생산한 웨이퍼를 받았다.

해당 웨이퍼를 검토한 브로드컴은 인텔의 1.8나노 제조 공정이 대량 생산으로 전환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브로드컴은 "우리는 인텔 파운드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평가하고 있지만, 아직 마무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텔은 2021년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한 뒤 삼성전자를 뛰어넘어 세계 2위 파운드리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에는 1.8나노 웨이퍼 시제품을 공개하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 2월에는 올해 말까지 1.8나노 반도체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와 TSMC는 2025년에 2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어서 사실상 세계 최초로 2나노 이하 공정 양산에 성공하겠다는 야심 찬 생각이었다.


인텔 측은 "내년에 (1.8나노 반도체) 대량 생산을 시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업계 전반에 걸쳐 인텔 18A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정책상 특정 고객과의 대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브로드컴 테스트 결과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인공지능(AI) 열풍에서 밀려나면서 성장성이 정체된 데다 파운드리 사업에서 손실을 키우면서 인텔이 설립 56년 만에 최대 고비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초 실적 발표에서 올해 2분기 순손실만 16억1000만달러(약 2조1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위기 상황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며 배당 중단, 직원 약 15% 해고 등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지만 시장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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