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정의 와인 이야기] 라운드 메이트 ‘로버트 몬다비’와 함께 금빛 스윙을

골퍼 중에는 와인 애호가들이 많습니다.

살아 있는 전설 박세리 역시 자신의 이름을 건 와인을 출시했을 정도로 와인 애호가로 알려졌지요.
미국의 유명 와인 산지인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를 대표하는 로버트 몬다비는 박세리가 인상 깊었던 와이너리로 꼽아 골퍼들 사이에서 더 인기가 높습니다.

골퍼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잘 어울리는 로버트 몬다비 스토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와인에 관한 칼럼을 많이 썼지만 정작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를 다뤄본 적은 없습니다.

로버트 몬다비는 미국의 유명 와인 산지인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를 대표하는 와인으로 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매일경제신문에서 만드는 골프 매거진 <매경GOLF>의 편집장을 맡게 되면서 ‘로버트 몬다비’를 떠올리게 된 건 박세리 때문입니다.

유명 골프 선수로 올림픽 여자골프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하고 현재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박세리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와이너리로 로버트 몬다비를 꼽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건 와인을 출시했을 정도로 박세리의 와인 사랑은 유명합니다.

미국 여자프로골프투어(LPGA) 선수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와인의 매력에 빠졌고, 은퇴 후엔 나파밸리 와이너리 투어를 다니기도 했다고 합니다.


박세리도 꼽았던 와이너리 로버트 몬다비
골프와 와인 모두 해외에 비해 한국에서 유독 비싸기 때문에 소비 ‘진입장벽’이 있습니다.

코로나19 기간 해외를 나가지 못한 MZ 소비층이 와인과 골프에 빠진 것도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와인을 즐기는 소비층과 골프를 즐기는 소비층의 교집합이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골퍼들을 향한 와인업계의 타깃 마케팅도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로버트 몬다비의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입니다.


로버트 몬다비의 대표 와인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은 지난 5월 진행된 DB그룹 제38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제14회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 코오롱 제66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 등 올해 상반기 진행된 국내 메이저 골프 대회에 다수 후원하며 골프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로버트 몬다비의 수입사인 신세계 L&B 관계자는 “로버트 몬다비의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은 풍부한 질감과 산미, 섬세한 타닌감이 특징인 와인으로 블랙체리, 블랙베리, 카시스 등 검은 과일류의 달콤한 아로마와 오크 스파이스가 어우러져 복합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소고기 스테이크와 같은 붉은 육류 요리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고 설명했습니다.


로버트 몬다비가 자신의 이름을 건 사업을 하게 된 ‘밍크코트 사건’
로버트 몬다비는 어떻게 와인 사업을 시작하게 됐을까요. 로버트 몬다비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와인 사업을 하게 된 건 ‘밍크코트 사건’이 계기가 됐습니다.

로버트 몬다비는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로 미국 중부 미네소타에서 태어났습니다.

고등학생 때 가족과 함께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는데 로버트 몬다비의 아버지는 과일 포장 및 운송 사업을 했습니다.

주로 동부의 양조자들에게 캘리포니아 포도를 공급하는 일이었습니다.


1936년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한 로버트 몬다비는 아버지 회사에서 일을 하며 와인 사업을 하자고 아이디어를 냈고, 몬다비 가족은 1943년 나파밸리의 찰스 크룩 와이너리를 인수합니다.

참고로 유명 샴페인 크룩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밍크코트 사건’이 벌어집니다.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성공한 이탈리아 이민자의 자격으로 로버트 몬다비 부부를 백악관 만찬에 초대합니다.

로버트 몬다비는 큰 마음을 먹고 만찬에 참석할 아내를 위해 밍크코트를 사주는데요. 그해 11월 22일 존 F. 케네디가 암살되면서 만찬 행사도 취소됩니다.


1965년 몬다비 가족 모임에서 ‘밍크코트’가 소환됩니다.

찰스 크룩 와이너리를 함께 운영하던 동생 피터 몬다비가 형의 ‘과소비’를 지적하며 형수의 밍크코트를 예로 듭니다.

격분한 형 로버트 몬다비가 동생에게 주먹을 날렸고 둘은 법정 싸움까지 가며 관계가 악화됐습니다.

어머니 로사는 피터의 편을 들었고 로버트 몬다비는 크룩 와이너리 경영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로버트 몬다비, 카베르네 소비뇽
(Robert Mondavi,
Cabernet Sauvignon)
로버트 몬다비는 1966년 나파밸리 오크빌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이너리를 설립하고 와인 사업을 시작합니다.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에는 나파밸리에서 최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투칼론 빈야드(To Kalon Vineyard)도 포함됐습니다.


몬다비는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나파밸리 최초로 프랑스산 오크통을 사용하여 와인을 숙성하는 방식을 채택했으며, 온도 조절이 가능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또한 최초로 사용했습니다.


와인 라벨에 포도 품종을 나타내는 디자인도 로버트 몬다비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뱅드 프랑스 와인 일부를 제외하곤 프랑스 와인들은 병에 포도 품종을 적어놓지 않습니다.

부르고뉴에선 피노 누아(레드) 또는 샤르도네(화이트)로만 와인을 만들고 보르도에선 주로 보르도 블렌딩이라고 부르는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등으로 와인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와인 생산 지역만 봐도 대략 어떤 포도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었는지 유추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파밸리에선 다양한 포도 품종의 와인이 생산됐습니다.

로버트 몬다비도 첫 포도 품종은 소비뇽 블랑이었습니다.

로버트 몬다비는 소비자들이 쉽게 와인에 접근할 수 있도록 포도 품종을 와인병 라벨에 적어놓았던 것이지요.

클럽하우스에서 실패 확률 적은 로버트 몬다비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일반 소비자들에게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은 실패할 확률이 낮은 와인입니다.

지난번 ‘김기정의 와인 이야기’에서 뉴질랜드 와인을 다루면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가장 큰 장점으로 ‘실패할 확률이 낮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처음 가는 레스토랑에서 와인 리스트가 많지 않을 때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와인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 소믈리에가 있을 리 없고 레스토랑의 주인도 와인을 잘 모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때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을 고르면 실패하지 않고 적정한 가격에 맛있는 화이트 와인을 마실 수 있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레드 와인을 고르라면 미국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입니다.

골프장의 클럽하우스에선 다양한 와인을 갖춰놓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되는데 로버트 몬다비가 만든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은 와인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입니다.

국내 골퍼들의 라이프스타일과도 잘 어울리는 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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