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가자전쟁 이후 서방 최초로 이스라엘에 무기 수출 일부 중단

전투기, 헬기, 드론 부품 등 수출 멈춰
“국제 인도법 위반 위험 있다고 판단”
영국, 노동당 정부 출범 이후 태도 변화
이스라엘 “매우 실망스럽다” 즉각 반발
군사력에는 별다른 타격 없을 전망

지난 7월 초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승리한 노동당 키어 스타머 총리. [사진=로이터연합]
영국이 이스라엘에 수출하던 무기 중 일부를 수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제 인도주의법 위반 위험이 있는 무기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가자전쟁에서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7일 가자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중단한 서방 국가는 영국이 유일하다.


노동당 소속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집권 이후 이스라엘 관련 영국의 정책이 변화했음을 시사하는 지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이 의회 하원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을 검토한 결과 특정 무기 수출이 국제 인도주의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거나 위반을 용이하게 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분명한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기존에 이스라엘에 수출하던 품목 가운데 30건에 대해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영국이 자국 기업에 내준 이스라엘에 대한 수출 허가는 총 350건이었다.


영국이 수출을 중단한 품목은 전투기와 헬기, 드론 부품 등이다.


다만 다국적 F-35 전투기 프로그램을 위한 부품은 수출을 중단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 국가의 F-35 전투기 운용에 타격을 주고, 국제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사용되지 않는 훈련기와 해군 장비, 화학·통신 장비에 대한 허가도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 7월 초 출범한 스타머 노동당 정부의 이스라엘에 대한 태도 변화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결정이다.


앞서 영국은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연계 의혹이 제기되면서 중단했던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대한 자금 지원을 재개하기로 했다.


또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체포 영장을 청구한 데 대한 반대 입장을 사실상 철회했다.


이스라엘은 영국 정부의 무기 수출 일부 중단 조치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방위로의 수출 허가에 대한 영국 정부의 제재 소식을 듣게 돼 매우 실망스럽다.

전쟁을 촉발한 건 테러 단체였다”고 밝혔다.


갈란트 장관은 “영국의 결정은 우리가 7개의 전선에서 싸우는 시점에 이뤄졌다”며 “가자지구에서 무참하게 살해당한 6명의 인질을 우리가 애도하고 있는 지금, 그리고 나머지 인질을 데려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바로 지금 이뤄졌다”고 적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엑스(X)에 “이번 영국의 결정은 테러 조직 하마스와 이란 대리 세력에 아주 문제적인 메시지를 보낸다”고 적었다.


물론 이번 결정이 이스라엘의 군사력을 크게 악화시키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스라엘의 무기 수입에서 영국의 비중은 1%에 불과하다.


FT는 그러나 “이스라엘로서는 가자전쟁과 관련해 서방 주요 동맹국의 압박이 커진 만큼 외교적으로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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