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을 생산하는 SK넥실리스 정읍공장 전경. SK넥실리스

SK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사업구조 재편)이 활발히 진행 중인 가운데 SKC의 동박 제조 계열사인 SK넥실리스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SK그룹이 배터리 제조사인 SK온 살리기에 나선 것처럼 SKC 역시 지배구조 개편과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기업인 SK넥실리스 살리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C는 SK넥실리스에 대한 지배구조 및 재무구조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SKC는 최근 이사회를 개최해 SKC의 손자회사였던 SK넥실리스를 자회사로 격상시키고 SK넥실리스의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한 유상증자 안건을 통과시켰다.


SK넥실리스는 모회사인 SKCFT홀딩스를 역으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SKC의 자회사로 올라선다.

이를 통해 지배구조가 'SKC→SKCFT홀딩스→SK넥실리스'에서 'SKC→SK넥실리스'로 단순화된다.

앞서 SKC는 2019년 SK넥실리스 인수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SKCFT홀딩스를 설립했다.

이후 2020년 1월 SKCFT홀딩스가 SK넥실리스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며 인수를 마무리한 바 있다.


이번 역합병 결정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 때문이다.

SK넥실리스는 전기차시장 분위기가 좋았던 2022년 2분기 1995억원의 매출과 29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이후 실적은 내리막이다.

올해 2분기에는 858억원의 매출과 영업손실 374억원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SKC는 단기간에 업황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재무건전성 강화에 나섰다.

SK넥실리스를 인수하며 빌렸던 인수금융 전액 상환을 목적으로 SKCFT홀딩스의 7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SKCFT홀딩스의 부채를 먼저 털어내고 SK넥실리스와 역합병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이는 SK넥실리스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해 향후 경영에 있어 걸림돌을 미리 제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와 더불어 비주력 사업인 파인 세라믹스 사업, 폴리우레탄 원료 사업 투자사 SK피유코어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수천억 원 규모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 역시 전기차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짙은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를 확대하는 대신 부채를 줄이고 현금을 확보해 시장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SK넥실리스가 SKC의 자회사가 됨에 따라 자금 운용에 있어서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SK넥실리스가 SKC의 모회사인 지주사 SK(주)의 손자회사가 되면 일부 지분 유동화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체제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는데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SKC가 SK넥실리스 지분을 100% 소유해야 할 의무에서 벗어난다.


일각에선 경영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SK넥실리스 지분 정리 등 리밸런싱에 대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계속되는 실적 부진으로 SK넥실리스 사업 재편 및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SK그룹 내부적으로는 SK넥실리스를 지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C 관계자는 "전기차시장이 주춤한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룹 차원의 미래 먹거리라는 데 이견이 없다"며 "무리한 투자 대신 사업구조 개편 등 내실 강화를 해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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