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건설 임대아파트 보증사고
최근 4년 동안 꾸준히 증가세
신용등급 낮은 지방 사업자 늘어
향후 피해 늘어날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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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의 한 민간임대 아파트 전경. [사진출처=독자제공] |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살 거라 믿었는데 갑자기 이사해야 한다니 참 막막합니다.
”
경북 안동의 한 민간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임 모씨는 최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해당 아파트 임대사업자인 건설사가 자금난으로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10년 의무 임대 기간을 채운 후 분양받아 내 집을 마련하려 했던 계획이 틀어지게 됐다.
그나마 임씨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임대보증금 2억원가량을 대신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가구는 아예 보증금 전액을 날릴 위기다.
임 씨는 “HUG 대위변제에 수개월이 걸린다더라. 언제 될지 몰라 다른 집 계약도 못하고 있다”며 “약 200가구가 비슷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부실한 건설사가 임대사업자 지위를 얻지 못하도록 안동시와 HUG가 관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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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의 한 민간임대 아파트 전경. [사진출처=독자제공] |
건설사나 시행사 자금난으로 피해를 보는 ‘민간건설 임대아파트’ 거주민이 늘고 있다.
민간건설 임대아파트란 법인이 임대를 목적으로 건설하는 주택이다.
관련 사업을 하는 법인들의 신용등급이 전반적으로 내림세라 앞으로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1일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HUG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민간건설 임대아파트에서 발생한 보증사고(사용검사 후 임대보증) 규모는 총 1364가구다.
사고 가구 수는 2021년 524가구에서 2022년 766가구, 2023년 1106가구로 매년 증가세다.
올해 7월까지 사고 규모가 벌써 작년 수준을 훌쩍 넘어선 셈이다.
보증사고를 낸 주체가 법인이라 한 번에 피해가 수백가구씩 발생하기도 한다.
올해 신우산업개발은 충북 충주 임대아파트 신우희가 보증사고로 총 631가구에 피해를 끼쳤다.
전남 광양 임대아파트를 운영하던 흥한산업(흥한 에르가)과 신성토건(남해 오네뜨)의 보증사고로 335가구가 곤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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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년간 건설사가 낸 민간임대 아파트 보증사고 규모 [사진출처=복기왕 의원실·HUG] |
전남 목포 남교크레지움 에듀파크(79가구)와 대구테크노폴리스 남해오네뜨1차(60가구)에서도 보증 사고가 발생했다.
이 외에도 광주, 송정, 군산 등 주로 지방 임대아파트에서 보증 사고가 터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방 중소 건설사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피해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민간임대아파트를 운영하는 건설사업자들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향되고 있어서다.
HUG에 따르면 작년에 신용등급이 열악(C등급)하다고 평가받은 민간임대주택 건설사업자는 116곳이다.
C등급 업체는 2021년 71곳, 2022년 93곳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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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출처=복기왕 의원실] |
부도(D등급) 판정을 받은 업체도 2021년 6곳, 2022년 5곳, 2023년 8곳, 2024년 12곳으로 증가세다.
복기왕 의원은 “건설경기가 곧 민생이라던 윤석열 정부가 지방 불황 장기화를 방치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민간임대아파트 보증 사고가 늘면서 중산층 서민들 주거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대위변제 전까지 지방 임차인들은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불안과 피로감을 오롯이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20년 동안 운영할 수 있는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을 새로 도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복 의원은 “HUG가 보증금을 돌려준다고 방관할 게 아니라 사업장 재무 건전성을 자세히 살피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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