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8조원에 알테라 인수
2017년 모빌아이에 거액 베팅

파운드리 투자 밑천 기대했지만
알테라 사업부서는 매각 가능성

모빌아이는 상장 뒤 주가 반토막
현 시총, 7년 전 인수가보다 못해

팻 겔싱어 인텔 CEO <사진=AFP 연합>
자금난으로 사상 최악의 경영 위기에 몰린 인텔이 거액의 인수합병으로 구축한 프로그래머블 사업 조직을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인텔 경영진은 지난 2015년 프로그래머블 통신칩 회사였던 ‘알테라’를 인수합병하면서 만든 사업조직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계획은 알테라를 상장시켜 자금을 조달할 생각이었지만 IPO에 소요되는 시간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외부 매각안이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는 것. 로이터는 이 사업부가 매물로 나올 경우 반도체 설계업체인 마벨 테크놀로지를 잠재적 인수 가능 기업으로 지목했다.


문제는 인텔이 9년 전 알테라를 인수할 당시 쓴 비용이 무려 18조5000억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는 인텔 역사 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 사례로 당시에도 거품 가격 논란이 일었다.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인텔의 사정을 고려할 때 외부 매각으로 과거 투자금을 온전히 회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창사 이래 최대 인수합병 작업을 단행한고 2년 뒤 또 비슷한 규모의 인수합병을 결정했다.

2017년 3월 자율주행 기업 ‘모빌아이’ 인수가 그것이다.


이 합병에도 18조원이 넘는 153억달러를 써내 두 합병에 총 320억달러를 지출했다.

문제는 모빌아이 인수도 사실상 실패했다는 점이다.


인텔은 모빌아이를 5년 뒤인 2022년 10월 나스닥에 상장시켰는데 당초 인텔이 기대한 시가총액 500억달러대에 현저히 못 미치는 240억달러에 그쳤다.


현재 모빌아이 주가는 상장 당시 27달러 대비 반토막 수준인 14.3달러다.

지난달 30일 기준 시총은 111억달러로 7년 전 인수가보다 현저히 낮다.


모빌아이 이사회 의장 역시 팻 겔싱어 CEO로, 모빌아이의 수익원은 자율주행용 시스템반도체다.


겔싱어 CEO가 2021년 인텔 CEO로 등판하며 파운드리 사업 재건을 천명한 배경에는 모빌아이 상장에 따른 투자금 회수 자신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인텔은 모빌아이 상장을 통해 자본집약적인 파운드리 설비 확대에 투입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 주가 흐름을 볼 때 헐값에 지분을 순차 매각해야 할 판이다.


인텔은 지난해 투자금 확보를 위해 모빌아이 지분 일부(12%)를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


인텔 파운드리 투자의 화수분 역할이 기대됐던 모빌아이 주가 흐름. 첫 상장 대비 반토막난 상태다.

겔싱어 CEO는 취임 한 달 뒤인 2021년 3월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를 공식 출범시켰다.


인텔 제국 부활의 키워드로 파운드리 사업 재건을 앞세우며 ‘5N4Y’라는 사업 비전을 선포했다.


향후 4년 동안 5개의 첨단 공정(node)을 세우겠다는 것인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수 십조원 투자를 시작했다.


그러나 공정 안정화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면서 이제서야 3나노급 미세공정인 ‘인텔3′에서 대량 양산을 시작한 수준이다.


또 파운드리 사업 투자에 필요한 자금은 기존 인텔의 현금창출 채널에서 뒷받침돼야 하는데 곳간에 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데이터처리장치(DPU) 사업 전반에서 경쟁력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나타났다.


사업 쇄신을 위해 겔싱어 CEO는 IFS를 올해 2월 인텔 파운드리(Intel Foundry)로 바꿔 재출범지만 7개월만에 최악의 위기 국면을 맞은 것이다.


올해 인텔 파운드리로 재출범과 함께 겔싱어 CEO는 2030년까지 삼성을 제치고 세계 2위 파운드리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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