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지난 7월 중국산 후판을 두고 산업통상자원부에 반덤핑 제소를 하기에 앞서 중국 철강업계에 국내 피해 상황을 공식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과 한국 철강업계가 4년 만에 공식적으로 대면한 자리였는데, 그동안 중국의 저가 물량 밀어내기로 어려움을 겪은 국내 제강사가 참다못해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이다.


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 열린 '한중 민간철강회의'에 참석한 현대제철 측은 중국산 저가 후판 수입이 급증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중국 현업 관계자들에게 우리 업계 의견과 고충을 전달했다.

후판은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배를 만들 때 사용하는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이 같은 내용은 한국철강협회가 발간하는 철강보를 통해 지난달 말 알려졌다.


한국철강협회와 중국강철공업협회는 지난 6월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 민간철강회의를 열었다.

2020년 이후 팬데믹으로 중단된 이 협력 회의는 양국 철강업계 간 교류 재개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올해 다시 진행됐다.


4년 만에 양국이 마련한 소통의 자리였지만,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졌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글로벌 철강 통상 환경과 저탄소 기술 개발 등 공통 관심 주제 외에도 중국산 후판의 한국 수출이라는 예민한 화두가 현안으로 올라왔다.

이 자리에서 중국이 자국 내 재고를 해소하기 위해 주변국을 대상으로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국내 철강업계가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측은 이번 행사에서 중국의 한국향 후판 수출량이 2020년 72만t에서 2023년 130만t으로 3년 새 80% 가까이 확대됐다며 중국의 저가 후판 밀어내기로 직격탄을 맞았다고 진단했다.

이는 중국의 세계 수출량 중 21%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어 한국의 중국산 후판 수입 비중은 2020년 10%에서 2023년 17%로 증가했다며 중국산의 유입으로 국내 업계가 겪는 어려움을 중국 측이 이해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현대제철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7월 산업부에 반덤핑 제소 검토를 요청했다.

올해 상반기 조선업계와 진행한 후판 가격 협상에서 가격 인하로 분위기가 굳어가자 철강업계도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조윤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