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경. [매경DB] |
고급주택을 면적으로 규정하다 보니 건축업계에서는 이를 피하는 ‘꼼수’가 관행처럼 자리 잡고 있다.
서울 한남동과 청담동 같은 부촌지역에 공급된 초고가 주택들이 전용 244㎡가 많은 이유다.
고급주택은 연면적 기준으로 단층은 245㎡ 초과, 복층은 274㎡ 초과인 경우다.
기준면적을 1㎡만 초과해도 취득세 8%를 더 내야 하기 때문에 시공업계에서는 고가주택을 지을 때 전용 면적에 안 잡히는 테라스를 비롯한 서비스면적이나 공용 면적을 늘리는 식으로 기준을 피한다.
지난해 1월 평(3.3㎡)당 1억3300만원 분양가로, 국내에서 분양 승인 대상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공급된 서울 광진구 아파트 포제스한강. 가장 큰 평수인 펜트하우스 2가구는 전용 244㎡였다.
올해 초 120억원에 거래된 서울 나인원한남도 주력 평형은 전용 244㎡다.
이처럼 초고가 주택에 전용 244㎡가 많은 이유는 ‘고급주택’ 규제 때문이다.
서울 한남, 청담동 일대에서 고급주택을 판매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80평으로 지을까 하다가도 세금을 3배나 때려 맞는데 누가 그렇게 짓겠냐”며 “고가주택 업계에서는 74평(전용 245㎡)을 넘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고 했다.
1㎡ 차이로 수억 원의 세금이 달라지다 보니 ‘고급주택’을 놓고 각종 소송, 사회적 갈등, 행정 비용이 유발된다.
경기 용인 흥덕지구에 연면적 100평 미만 단독주택을 지은 한 업체는 3년 전 지자체로부터 ‘고급주택’이라며 취득세 2억원을 추징당했다.
지자체는 2층에 마련된 ‘다락’을 전용면적으로 보아 전용 245㎡가 초과했다며 취득세 8%와 이로 인한 가산세를 부과했다.
건축설계사는 건축법상 다락은 전용면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공무원은 “실제 거주용이므로 고급주택”이라고 과세했다.
건축설계사 측은 “1평 차이로 고급주택이냐 아니냐가 갈리니까 이걸 잡으러 다니는 공무원과 시공업체 간 싸움이 잦다”면서 “작은 다락방 하나 때문에 졸지에 평범한 실수요 목적의 집이 사치성 재산으로 분류돼 세금 폭탄을 맞았다”고 했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고령화 시대에 엘리베이터 설치 여부로 고급주택을 규정하고 취득세 중과 대상으로 삼는 등 낡은 규제가 다양한 주택 보급에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엔드 주거 산업을 저해하고 주택시장을 왜곡시키는 요소로 ‘30가구 이상 사업승인 규제’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처음 주택건설촉진법이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사업 승인 기준은 100가구 이상 단지였는데 현재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30가구, 도시형 생활주택 등은 50가구로 제한했다.
고급 주거를 짓는 개발업자들은 30가구를 넘지 않게 단지를 짜서 분양가 상한제와 전매제한 규제를 피하는 우회로를 택하게 된다.
이 때문에 공시가 전국 1위인 PH129와 에테르노 청담처럼 초고가 주택은 29가구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