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비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 PH129는 시세가 100억원이 넘어도 ‘고급주택’이 아니다.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273.96㎡로 취득세가 중과되는 ‘고급주택’ 규정(전용 274㎡)을 넘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1938년 개화기때 지어진 서울 북촌마을 가옥은 ‘면적’을 비롯한 고급주택 기준을 적용받아 문화재임에도 불구하고 취득세 폭탄을 맞았다.
30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세심판원의 엇갈린 고급주택 결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북촌마을에 있는 국가유산 ‘이준구 가옥’ 소유자 이 모 씨가 서울 종로구에서 부과한 취득세 중과세를 취소해달라는 심판 청구를 했는데, 올해 6월 조세심판원은 지자체의 취득세 부과가 정당하다며 청구인 주장을 기각했다.
반면 공시가 1위 청담동 아파트 PH129는 고급주택 기준보다 0.04㎡ 살짝 작게 지어 취득세 중과를 피해나갔다.
강남구청은 내부 테라스를 전용면적에 포함해 ‘고급주택’으로 과세했지만, 조세심판원은 ‘고급주택’ 형식 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강남구청이 부과한 약 230억원의 취득세를 취소하라고 지난달 판결했다.
이에 전용 245㎡(복층 전용 274㎡)를 넘거나 엘리베이터나 수영장이 있으면 사치성 재산으로 보고 취득세를 중과하는 ‘고급주택’ 규제를 재검토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970년대 사회의 사치 풍조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했는데, 조세 불형평성과 행정비용 낭비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규제 도입 때보다 대한민국 1인당 국민소득(GNI)은 10배 이상 커졌고 국민의 주거 눈높이도 올라갔지만 아직도 50년 전 법 기준에 묶여 창의적인 주거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50년 만에 사라진 징벌적 과세 별장세처럼 시대적 효용이 다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세 100억원이 넘는 집도 면적 기준만 한 뼘 작게 만들면 세금을 덜 내니 시행사나 시공업자들에게 ‘꼼수’를 부추기는 규제”라고 했다.
1938년 지어진 북촌 이준구 가옥은 1991년 서울시로부터 문화재로 지정됐다.
문화재보호법 등에 묶여 제3자에게 팔기도 힘들어 2020년 아들이 증여와 매매로 취득했는데 지자체(종로구청)는 고급주택이므로 기존 취득세(1억9000만원) 외에 5억6300만원을 더 내라고 통지했다.
이씨측 법률 대리인 이강민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문화재라는 이유로 수리도 못 하고, 창문이 다 깨진 집에서 (소유자의) 어머님이 30년 넘게 거주 중인데 어떻게 도박장이나 유흥업소와 같은 세율로 취득세를 중과하는지 의문”이라며 “시대가 변했는데 법이 못 따라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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