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기 국채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국채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며 투자자가 국채 시장으로 몰리자 급락하는 국채금리를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 UBS가 부동산 침체를 이유로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9%에서 4.6%로 낮췄고 JP모건체이스와 노무라홀딩스도 각각 4.6%, 4.5%로 전망치를 내놓는 등 '중국 경제 침체론'이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애널리스트 74명 중 51명이 5% 미만 성장률을 예상한다고 전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이날 공개시장 운영(OMO)을 통해 4000억위안(약 75조3960억원)을 들여 10년물과 15년물 국채를 매입했다.

인민은행의 이 같은 국채 매입은 2022년 12월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공개시장 운영이란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중 하나로, 중앙은행이 국·공채 등 유가증권을 매입 또는 매각해 금리를 조정하는 수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펀드매니저는 로이터통신에 "재정부에서 국채를 매입한 은행들이 인민은행에 국채를 매각했다"고 말했다.

국채금리 하락을 경고하던 중국 당국이 오히려 대규모 국채를 매입한 것을 두고, 투자자들은 인민은행이 국채금리를 직접 끌어올리려는 준비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웨이 리 BNP파리바 멀티에셋 투자 책임자는 "인민은행이 금리를 조작하려 하고 있다.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라며 "인민은행은 훨씬 더 많은 장기 부채를 갖게 됐다"고 예상했다.


다만 이날 조치의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장 참가자들은 지난주 중국 정부가 "이날 만기를 맞는 국채를 상환하는 대신 롤오버한다"고 발표한 점에 주목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최초 계약 때와 같은 조건으로 만기가 자동 연장되는 롤오버 조치로 인민은행의 국채 매입 충격을 줄인 셈이다.


통상 금리가 낮으면 경기 부양에는 유리하다.

하지만 인민은행은 갑작스러운 시장 변동에 따른 유동성 증발 등을 우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3월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다.

저금리 시기 미국 국채에 투자한 SVB가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과 기업들의 예치금 인출이 맞물리면서 유동성 압박에 시달린 바 있다.

SVB는 자금 마련을 위해 보유 자산 매각에 나섰지만 국채금리 상승(국채가격 하락)으로 큰 손실을 보다 결국 파산했다.

FT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인민은행의 국채 시장 개입 시사로 SVB 수준의 충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달 한때 종가 기준 사상 최저인 2.12%를 기록했다.

연초 대비 0.44%포인트 내린 것으로 22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인민은행은 올해 구두 경고와 규제 검사 등을 통해 국채금리를 올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주요 증권사와 은행에 국채 거래 중단을 지시했지만 투자자들은 중국 당국의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국의 노력에도 0.05%포인트 오른 2.17%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특히 금융시장 버팀목인 대형 은행들의 실적이 부진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행(BOC)이 이날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순이익은 1186억위안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 줄어들었다.


[김덕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