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TRX몰 왓슨스 매장 전경. K뷰티라고 쓰인 코너가 매장 입구 쪽에 크게 자리하고 있다.

원 안은 'K뷰티 크레이지 핫 트렌드'라고 적힌 간판. 쿠알라룸푸르 김효혜 기자


요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핫한 대형 쇼핑몰 디 익스체인지 TRX(TRX몰).
기자가 최근 들른 이 쇼핑몰 지하 1층에 위치한 헬스앤드뷰티(H&B)숍 왓슨스 매장 입구에는 'K뷰티'라고 적힌 단독 코너가 마련돼 있었다.

그 앞에는 한글로 '크레이지 핫 트렌드'라고 쓰인 네온사인이 번쩍번쩍 돌아가며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해당 코너를 자세히 살펴보니 데이지크, 롬앤, 토리든 등 한국 MZ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인디 K뷰티 브랜드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해당 코너 외에도 곳곳에 한국 브랜드 제품이 많았다.

순간 이곳이 서울에 있는 CJ올리브영의 어느 매장인가 헷갈릴 정도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쿠알라룸푸르 현지 대형 쇼핑몰마다 입점된 H&B숍 왓슨스와 가디언, 샤샤는 각각 K뷰티 코너를 별도로 마련해 입구에서 가장 잘 보이는 전면에 배치했다.

TRX몰 가디언 매장은 라운드랩과 메디큐브, 네이처리퍼블릭의 대표 제품이 진열된 코너가 전면에 배치돼 있었다.

코너 위에 쓰인 이름은 '트렌딩 나우(TRENDING NOW)'.
TRX몰 왓슨스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클로이 씨(37)는 "한국 화장품을 찾는 고객이 많이 늘어 매장 입구 쪽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해놓았다"며 "요즘 가장 잘나가는 브랜드 대부분이 K뷰티"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K뷰티 인기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에 대한 높은 관심이 K뷰티로 전이되는 모양새다.

베트남과 태국에선 작년부터, 말레이시아에선 올 초부터 K뷰티 인기가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 덕분에 동남아로 수출되는 한국산 화장품 규모도 증가세다.

올 상반기 동남아 지역 화장품 수출액은 5억9102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9% 늘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10억1416만달러로 달성한 최고 수출액 규모를 경신할 전망이다.


이처럼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에서 K뷰티가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동남아가 과거부터 한류에 관심이 많은 지역이어서 소비자 관심이 자연스럽게 K뷰티로 넘어간 것으로 분석했다.


또 K뷰티 화장품의 대부분이 합리적인 가격대인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혔다.

소득이 많지 않은 10·20대 여성도 부담스럽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눈에 띈 K뷰티 화장품은 대부분 인디 브랜드로, 1만~3만원대로 가성비가 높은 제품이 많았다.


이와 더불어 국내 K뷰티 브랜드들이 중국 대신 일본과 동남아를 적극 공략하면서 공급과 수요가 적절히 맞물린 점도 K뷰티가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유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국내 뷰티 브랜드들은 동남아에서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입점뿐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을 개설하고 인플루언서와 협업 라이브 방송 등을 진행하고 있다.

현지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소비자 접점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일례로 고운세상코스메틱이 올 3월 새롭게 론칭한 스킨케어 브랜드 랩잇은 이달 초 말레이시아 가디언 500개 매장에 입점했다.


당시 말레이시아 시장 진출을 기념해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현지 언론과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론칭쇼를 진행했고, 또 쿠알라룸푸르 대표 쇼핑센터인 미드밸리 메가몰에서 로드쇼도 개최해 큰 관심을 받았다.


이 같은 노력에 대한 성과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에이피알의 스킨케어 브랜드 메디큐브는 작년 말레이시아에 진출했는데, 올해 상반기에 이미 작년 전체 매출을 달성해 거의 100%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비건 뷰티 브랜드 달바는 베트남에서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2000%나 급증했다.


국내 뷰티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동남아 국가들의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있는 데다 고온다습한 환경이 우리나라 여름 기후와도 비슷해 K뷰티 브랜드들의 기회가 점차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K뷰티 브랜드가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지역의 화장품 시장이 꾸준히 커지고 있는 점도 K뷰티 미래에 긍정적인 요소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화장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34억달러로 전년 대비 8.2% 성장했고, 베트남 또한 같은 기간 5% 증가한 약 28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쿠알라룸푸르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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