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 모씨(26)는 고민 끝에 회사에서 받은 스팸세트와 와인을 부모님 추석 선물로 결정했다.

각각 5만원도 채 안 되는 제품들이다.

이씨는 "좀 더 비싼 선물을 사려니 부담스러워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고금리·고물가에 치인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있지만 대형마트와 백화점 판매는 1년 전보다 7% 이상 하락하면서 소비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소매판매액지수는 100.6을 기록해 전월 대비 1.9% 감소했다.

지난 6월 반등한 뒤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1년 전과 비교해도 소매판매는 지난 3월 이후 5개월 연속 하락세다.


7월 소매판매는 내구재·비내구재·준내구재 등 모든 항목에서 전월 대비 감소했다.

차량연료와 음식료품 등 소비가 줄어들어 비내구재 판매는 전월 대비 1.6% 쪼그라들었다.

내구재는 승용차 소비가 줄며 전달에 비해 2.3% 줄었다.

폭염·폭우 등 기상 조건 악화로 오락·취미·경기용품 등 준내구재 판매도 2.1% 감소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소매판매액 지수는 각각 전년 대비 7.6%, 8.8% 하락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이 대규모 할인행사에 나섰지만 판매는 되레 줄어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름휴가철에 해외 여행객이 늘어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면서 "마트가 예년보다 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마트를 찾는 소비자들도 할인 판매에만 눈을 돌리는 상황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정가보다 최대 50%가량 싸게 추석 선물세트를 구매할 수 있는 1차 예약판매 매출이 지난해보다 약 8% 증가했다.

1차 예약판매 마지막 날인 지난 23일엔 역대 추석 하루 최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소비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정부가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내놨지만 실제 내수 진작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수 부진에서 제일 중요한 변수는 가계 실질소득"이라며 "기업발 낙수 효과가 아닌, 서민과 중간층이 실감할 수 있는 실질소득 제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석 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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