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제품 유지보수 더이상 못해드려요”...美 압박에 中서 발 빼는 ASML

올해 말 반도체장비 유지보수 계약만료
기존 DUV 노광장비 갱신 않을 전망
美, 동맹 대상 대중수출 규제 압박 강화 영향

네덜란드 벨트호벤에 있는 반도체 장비제조사 ASML의 본사에 설치된 기업 로고. [사진=로이터연합]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네델란드 ASML이 자국 정부로부터 추가 제재를 받으면서 중국 반도체 업계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딕 스호프 총리가 이끄는 네덜란드 정부가 올해 말 만료되는 중국 내 ASML 서비스·예비 부품 제공 라이선스를 갱신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ASML이 기존에 중국에 공급해온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최첨단 10나노미터(nm)급 미만 미세회로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공급한다.

통상 장비를 수출할 때 유지보수 서비스를 별도 계약을 체결해 제공하는데 이번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반도체 노광장비 가동에 필요한 유지보수가 불가능해지면 중국 내 가동 중인 기존 DUV 장비들도 일부는 멈춰세워야 할 수도 있다.


이번 보도에 대해 네덜란드 정부와 ASML은 별도의 입장을 내놓길 거부했지만, 블룸버그통신은 “네덜란드 정부의 결정은 미국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니아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발표하며 미국이 아닌 외국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장비·기술이 적용된 경우 수출 시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급 인사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조치에 동맹국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동맹국 제품에도 FDPR을 적용하는 등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압박해 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해 4월 미국 정부는 서방 동맹국들에 반도체 장비, 예비 부품,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대중 수출 규제 강화를 촉구한 가운데 네덜란드 정부와 ASML을 상대로 서비스 계약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마르크 뤼터 전 총리 재임 당시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강화가 자국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산업 등에 미칠 영향을 평가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전직 정보당국 수장 출신인 스호프 총리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안보 측면에서 중국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스호프 총리는 이달 초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 당시에도 중국과 대화할 때 국가 안보 측면에서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며 올해 새로운 수출 규제 검토 여부에 대해 “미국·일본과 좋은 협상을 하고 있으며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네덜란드 외에도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전선에 동참할 것을 요구 받는 주요 동맹국으로는 한국 외에도 네덜란드, 일본이 손꼽히고 있다.


반도체 산업 자립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중국은 지난해 8월 SMIC가 ASML의 기존 DUV 노광장비를 활용해 7nm급 공정이 적용된 반도체 자체 생산에 성공했다.


7nm 이하 최첨단 미세회로 공정이 적용된 반도체를 적정 수율 이상의 상업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선 EUV 장비가 필수적이지만, 중국 SMIC는 기존 DUV 장비로도 ‘멀티패터닝’(반복 노광공정)을 통해 3nm급 반도체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9년부터 최첨단 EUV 장비의 중국 수출을 규제한 데 이어 작년 9월 DUV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때도 정부 승인을 받도록 했다.

올해 1월에는 중국이 DUV 장비의 대중 수출 규제가 시행되기 전 미리 ASML에 주문한 DUV 장비 중 3대가 네덜란드 정부에 의해 선적이 취소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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