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오픈AI에 투자? 클라우드 전쟁에 답 숨어 [★★글로벌]

하드웨어 정체성 가진 엔비디아
오픈AI 투자는 고객사 MS 때문
130조 MS 첨단 데이터센터 구축
절반이 엔비디아 칩 수요에 쓰여
오픈AI 투자로 MS에 혈맹 입증

<이미지 출처=마이크로소프트 애저>
“MS, 세상에 없던 130조원짜리 AI 최적화 데이터센터로 클라우드 시장 1위 등극”
29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오픈AI 투자 라운드에 기존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은 물론 엔비디아까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를 접하고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생성AI 기업인 오픈AI와 하드웨어 제조사라는 정체성을 가진 엔비디아는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까요.
블룸버그통신은 투자 연관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 없이 새 투자자로 참여할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다는 수준으로 보도를 끝냈습니다.


왜 오픈AI 투자 그룹 모집에 엔비디아라는 이름이 갑툭튀했는지 매일경제가 그 실마리를 찾아드립니다.


현재 생성AI 시장은 압도적 기술력의 오픈AI와 함께 또 다른 혁신 기업인 앤스로픽이 추격하는 양상입니다.


그런데 MS가 오픈AI에 100억달러라는 거대 투자를 결정했고, 앤스로픽에는 구글(20억달러)과 아마존(40억달러)이 가세해 6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MS와 아마존, 구글이라는 세 기업에서 어떤 공통분모가 떠오르나요.
바로 ‘클라우드 시장’입니다.


지난 1분기 기준 세계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AWS)이 32%, MS(애저)가 23.3%, 알파벳(구글클라우드)이 9.2%로 나눠먹고 있습니다.


만년 2위인 MS가 숙명의 라이벌인 아마존을 잡기 위해 AI에 최적화한 차세대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입니다.


그러려면 최고의 생성AI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상대로 그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어떤 하드웨어가 필요한지 검증하고 이에 맞는 막강 성능의 슈퍼컴퓨터로 미래형 AI 데이터센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올해 상반기 흥미로운 한 뉴스가 터져나왔습니다.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지난 3월 MS와 오픈AI가 손잡고 ‘스타게이트’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향후 6년 간 추진될 이 프로젝트에서 MS는 오픈AI 모델 구동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수 백만개 칩을 투입하는 서버를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구축하는 데이터센터는 기존과 다른 특별 제작된 슈퍼컴퓨터로 가동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사진=엔비디아>
디인포메이션은 생성AI에 최적화하며 기존과 완전히 다른 첨단 데이터센터를 짓는데 총 1000억달러(137조원)가 들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는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데이터센터 하나를 짓는데 투입되는 비용의 100배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기업이 바로 엔비디아입니다.


1000억달러 프로젝트의 절반이 서버에 들어가는 칩 구매 비용으로, 엔비디아는 AMD 등과 경쟁해 MS로부터 최대한 많은 물량을 수주해야 합니다.


따라서 엔비디아가 오픈AI 투자 라운드에 참여한다는 것은 세상에 없던 MS의 첨단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에서 진정성 있는 파트너 기업이 돼 MS에 신뢰감을 선사하는 의미를 갖습니다.


“나는 당신의 역사적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책임 있는 파트너가 되겠다”는 다짐을 오픈AI에 대한 상호 투자로 완성하는 것이죠.
앞서 지난달 애플이 자사 AI 모델 학습에 엔비디아가 아닌 구글이 개발한 텐서 프로세서 유닛(TPU)을 사용했다는 내용이 보도되고 다음날 엔비디아 주가는 7%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관련해서 매일경제는 최근 아마존과 MS, 알파벳의 상반기 자본지출(CAPEX)을 추적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빅테크3社 상반기 123조 풀어···삼성·SK하이닉스는 춤춘다/8월3일 보도)
3사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CAPEX는 무려 898억달러(123조원)로, 이는 7월부터 본격화한 AI거품론(빅테크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을 AI 인프라 투자에 쏟으면서 수익은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비판)에 불을 지피는 사례 중 하나입니다.


CAPEX는 설비투자 뿐 아니라 리스까지 포함되며 클라우드 3사의 CAPEX는 곧 데이터센터 신설 투자와 유지 비용을 뜻합니다.


아마존은 1분기 140억달러에 이어 2분기에 176억달러를 집행해 상반기 총 316억달러를 썼습니다.

이 중 305억달러가 데이터센터 관련 지출이었습니다.


2위인 MS의 지출 확대 속도는 더 무섭습니다.

1분기 140억달러, 2분기 190억달러 등 상반기에만 330억달러를 썼는데 이는 작년 전체 지출(319억달러)을 이미 넘어선 규모입니다.


지출 규모를 고려할 때 1위인 아마존보다 지난 상반기에 더 많은 데이터센터 투자를 감행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MS 최고투자책임자는 급증하는 지출 규모에 대해 “클라우드와 AI에서 폭증하는 고객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용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종합하면 지금 아마존과 MS는 상반기에만 데이터센터 구축에 600억달러(82조원)라는 역사 상 최대 지출을 했으며, 이는 클라우드 시장 리더십을 잡기 위한 두 기업 간 ‘쩐의 전쟁’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미지=엔비디아>
AI 시대 전환에 걸맞는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이 이들의 사업 경쟁력을 결정할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매 분기 폭증하는 CAPEX와 더불어 오픈AI 투자 라운드에 갑툭튀한 엔비디아라는 기업명이 아마존-MS 간 피말리는 경쟁 수준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죠.
실제 엔비디아가 오픈AI 투자에 참여할지 여부는 지켜봐야겠지만 클라우드 3사에 엔비디아가 절대갑의 시장 지위를 가지고 있고, 고객사들에 나름대로의 중립적 균형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오픈AI에 ‘성의 표시’ 정도의 투자를 단행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엔비디아는 MS 뿐 아니라 아마존과도 세계 최초의 GPU 클라우드 인스턴스를 시작으로 13년 이상 끈끈하게 협업해왔습니다.

최신형 AI 가속기인 블랙웰도 공급할 예정이죠.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얼마전 차세대 AI 가속기인 루빈 AI 플랫폼을 공개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컴퓨팅 인플레이션을 목도하고 있다.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기존 컴퓨팅 방식으로는 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

오직 엔비디아 스타일의 가속 컴퓨팅만이 비용을 절감시킨다.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을 위해 아마존과 MS 두 회사만 상반기에 82조원을 지출한 가운데 오로지 엔비디아 스타일(Nvidia’s style)만이 고객사의 성공을 담보한다는 젠슨 황의 말에서 자신감과 오만함이 동시에 묻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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