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녀는 이기는 자야, 할 수 있다”…17세 여고생의 첫연설, 한국 청년에게 던진 메시지 [트럼프 주니어 강연 ②]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 주말 한국을 찾았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큰 아들이다.


제2회 빌드업코리아 특별강연에서 그는 이렇게 외쳤다.

“나는 일말의 두려움과 망설임 없이 한국에 왔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신념과 믿음은 미국과 한국을 넘어 전세계의 미래가 될 것이다.

그래서 미래는 밝다.



지난 7월17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맏손녀인 카이 매디슨 트럼프(17)가 연설하고 있다.

[전당대회 캡처]

2024년 7월13일, 그 날은 토요일이었다.


아빠는 17세 딸 카이의 전화를 받았다.

그동안 말없이 지낸 시간이 미안했던걸까? 카이가 아빠에게 의외의 말을 건넨다.

“아빠랑 1대1로, 단 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아빠는 놀랐다.

사춘기 딸이 아빠에게 그런 제안을 하다니!
“딸이 아빠랑 놀기에는 너무 쿨한 나이가 돼버렸어요. 그래서 나랑 잘 안 놀아줘요. 그래서 그 얘길 듣자마자 무조건 달려갔죠.”
이렇게 해서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돈 주니어)와 그의 딸 카이 매디슨 트럼프의 주말 데이트가 시작됐다.


돈 주니어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장남이다.

카이는 트럼프의 손녀다.


아빠는 모처럼 낚시 어떠냐고 물었다.

딸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의 따스한 햇살 속에, 두 사람은 배에 몸을 맡기고 유유자적 강물을 따라 흘러갔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이 펼쳐지고 있던 무렵, 돈 주니어에게 한통의 전화가 왔다.

다급한 목소리였다.


“당신의 아버지가 총을 맞았다.


깜짝 놀란 돈 주니어는 “뭐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라고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아직 모른다”였다.


아빠와 딸은 황급히 뱃머리를 돌렸다.

보트를 타고 강에 나온지 정확히 2시간 만이다.


“내 딸의 할아버지, 나의 아버지가 총을 맞았다는 소식을 듣고 카이가 너무 힘들어했어요. 나 역시 정신이 없었습니다.

보트를 돌려 강가에서 내린 후 도로를 걸어가 45분만에 집에 왔어요. 하지만 그 때도 아버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건지, 아버지 상태는 어떤지 아무 것도 알 수가 없었죠.”
집으로 돌아왔지만 바뀐건 없었다.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 생사 여부를 알 길이 없었다.

그렇게 애타는 시간이 흘렀다.


전화를 받은지 1시간30분이 지나서야 TV를 통해 아버지 소식이 전해졌다.

가족들조차 뉴스를 통해 아버지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TV 속에서 쓰러졌던 아버지가 주먹을 불끈 쥐고 다시 일어나 싸우자고 외치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고 그 때서야 아버지가 괜찮으시구나, 이렇게 안도했죠. 이런 상황 가운데 저는 하늘에 계신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그 어느 때보다도 성장하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7월13일 펜실베이니아 유세 도중 피격을 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호원의 호위를 받고 긴급 대피하는 와중에 주먹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TV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던 바로 그때, 돈 주니어의 휴대폰 벨이 울렸다.

전화기 넘어로 귀에 익은 음성이 들려왔다.

“나다.


아버지 목소리가 그렇게 반갑게 들릴 때가 없었다.

그래서 돈 주니어는 아버지의 음성을 듣자 마자 이렇게 외쳤다.

“아빠, 아빠는 지금까지 내가 본 사람 중에 최고 짱이예요.”
이후 몇 시간이 더 흐른 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 돈 주니어의 형제들, 아이들이 한 데 모였다.

그들은 하나님 은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아니 그 저격수가 100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쐈다면서요? 그럼 꽤 먼 거리 아니예요? 그런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저격수에게 그 정도 거리는 골프로 치자면 홀 바로 앞에서 퍼팅하는, 아주 가까운 거리라고 합니다.


돈 주니어가 말을 이어간다.


“그 순간 제 아버지를 하나님이 도운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예요. 그동안 제가 수천번 아버지의 연설을 봤지만,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연설 중에 차트나 다른 화면을 보신 적이 없어요. 언제나 청중을 바라보고 연설을 하는데 굳이 그 날은 왠지 모르게 차트를 보려 고개를 돌렸는데 그 순간 총알이 빗나가게 되는 기적이 펼쳐진 겁니다.

저는요, 정말 다른 것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건이 벌어진 다음 날, 돈 주니어는 딸에게서 또 한번 전화를 받았다.

카이는 골프 선수 지망생이다.

할아버지가 선거에 출마했지만 카이는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던 아이였다.


이런 딸이 아빠에게 전화를 걸더니 대뜸 이렇게 말했다.


“아빠, 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싶어요.”

7월17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카이 매디슨 트럼프(17)가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당시 공화당은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 지명을 수락하게 될, 매우 중요한 이벤트였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딸이 이런 전당대회에서 연설을 하겠다고? 돈 주니어는 믿기질 않았다.


“너 지금 무슨 말 하니? 너 앞에 4만명이 앉아 있을거고, 전세계 수천만명이 지켜볼 텐데 괜찮겠어? 너의 17년 인생 가운데 연습을 한번도 안해 봤는데 하필이면 첫 연설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하고 싶다고?”
카이는 차분한 말투로 아빠의 질문에 답했다.


“저는 우리 가족 중에 할아버지와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중 한명이잖아요. 우리 둘 다 골프를 좋아해서 골프장에서도 많은 시간을 갖고 얘길 나눴잖아요. 언론이 할아버지에 대해 말하지 않는 인간적인 모습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순간 돈 주니어의 마음이 숙연해졌다.

하지만 곧바로 고민이 몰려들었다.

과연 딸이 해낼 수 있을까? 연설을 한다면 어느 순서에 집어넣나!
고민 끝에 돈 주니어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했다.


“아빠, 전당대회에서 카이가 연설을 하고 싶다네요.”
그랬더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돈 주니어와 똑같은 질문을 했다.

“하필이면 인생의 첫 연설을 뭐하러 그런 곳에서 해?”
돈 주니어가 답을 한다.


“아빠, 손녀 딸 아시잖아요. 얼마나 터프합니까. 내가 안된다고 하면 난리 날 거예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내 손녀는 이기는 자야. 할 수 있어. 한번 해보게 하자”

지난달 17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손녀인 카이 매디슨 트럼프에게 키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윽고 7월17일, 카이가 연단에 섰다.

그녀가 말문을 열었다.

카이의 첫 마디는 이랬다.


“저는 오늘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대해 나누려고 합니다.


수만명 관객이 숨을 죽이고 17세 여고생의 입을 주목했다.

카이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간다.


“할아버지는 항상 엄마·아빠 몰래 사탕과 탄산음료를 주십니다.

제가 우등생 리스트에 올랐을 땐 프린트를 해서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셨어요. 수많은 재판을 받으면서도 항상 저의 안부를 물으세요. 지난 토요일 그가 총에 맞았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많은 이들이 할아버지를 공격하지만 그는 여전히 굳게 서 있습니다.

미디어는 할아버지에 대해 거짓을 퍼뜨리지만, 저는 그의 모습을 알아요. 그는 배려심 많고 이 나라를 정말 사랑합니다.

그리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매일매일 싸울 것입니다.


연설이 끝나자 모든 관객이 일어나 박수를 쳤다.

어떤 이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전세계 언론이 카이의 연설을 앞다퉈 보도했다.


뒤에서 딸을 지켜보던 돈 주니어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내 평생 누구의 연설 전에 이렇게 쫄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는 ‘빌드업코리아’ 행사장에 모인 한국의 1020 청년들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회 빌드업코리아에서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빌드업코리아]

“생각해 보세요. 가족들 앞에서 아무리 연습해봤자 수만명이 모인 무대에 올라가면 얼마나 긴장이 되겠습니까. 제 딸이 얼마나 침착하게 연설을 했는지, 저는 딸의 연설이 여기 모인 한국의 다음 세대들에게 큰 도전 정신을 심어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나서야 할 때, 여러분들이 일어서야 할 때, 그 기회들을 놓치지 말고 그 자리로 나아가시기를 기원하고 기대합니다.


지난 24일 빌드업코리아 2024 행사장(코엑스 오디토리움)을 가득 메운 한국의 청소년들. [빌드업코리아]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