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사 최초로 수소연료전지 전문 회사를 설립한 HD현대가 해외 연료전지 시스템 기업을 인수하고 본격적으로 수소연료전지 시장에 뛰어든다.

국내에서 일반수소 입찰 시장에 이어 올해 '청정수소발전 입찰 시장(CHPS)'이 열리는 가운데 수소발전에 필요한 연료전지 주기기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다.


HD현대 조선·해양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인 HD하이드로젠이 최근 연료전지 시스템 기업 '컨비온'을 7200만유로(약 1070억원)에 인수했다고 26일 밝혔다.

2012년 설립된 핀란드 헬싱키 소재 기업인 컨비온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와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SOEC)를 사업 영역으로 두고 있다.

전 세계에서 상업용 SOFC발전 시스템 기술과 공급 실적을 보유한 몇 안 되는 회사다.


세라믹과 같은 고체산화물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SOFC는 연료와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저탄소 에너지원인 천연가스뿐 아니라 무탄소 연료인 '수소'도 활용할 수 있어 차세대 연료전지로 주목받는다.

SOEC는 뜨거운 수증기를 전기 분해하는 방식으로 수소를 얻는 기술이다.

다른 전기 분해 방식에 비해 전력 소모가 25%가량 적어 수소의 대량 생산에 적합하다.

SOFC와 SOEC 모두 개발 난도가 높을 뿐 아니라 고도화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기술로 손꼽힌다.

HD하이드로젠은 이번 인수로 컨비온이 보유했던 SOFC와 SOEC 원천기술을 짧은 시간 내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SOFC의 경우 생산부터 발전 시스템 공급까지 가능할 전망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셀, 스택)을 제조하는 에스토니아의 강소기업 '엘코젠'에 약 64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국내 연료전지 합작 공장을 짓기로 한 바 있다.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셀과 스택의 제조 기반 구축에 나선 데 이어 SOFC발전 시스템 기술을 보유한 컨비온까지 인수하면서 수소연료전지 밸류체인을 고도화하게 된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투트랙 전략을 통해 수소연료전지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HD하이드로젠이 연료전지 사업을 총괄하는 가운데 국내 발전용과 수소연료전지 추진선 등 선박용 사업을 담당하고, 컨비온이 연료전지 핵심 기술 개발과 유럽 내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앞서 HD한국조선해양은 수소연료전지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1400억원을 출자해 자회사 HD하이드로젠을 설립한 바 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기존에 HD한국조선해양에도 수소연료전지 총괄 조직이 있었으나 주력 사업인 조선 부문 위주로 의사결정이 진행돼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었다"며 "전문 회사 설립으로 빠른 의사 결정과 효율적 사업 운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HD하이드로젠은 올해부터 개설되는 CHPS를 타깃으로 삼아 연료전지 주기기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다.

CHPS는 청정수소를 연료로 써 만들어진 전기를 전력 당국이 장기 계약을 바탕으로 고정가로 구매해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제도다.

업계에 따르면 2028년 본격적인 청정수소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아울러 정부는 CHPS를 통해 2030년까지 청정수소발전 시장 규모를 전체 발전량의 약 2% 수준인 13TWh(테라와트시) 규모로 확대한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

수소발전에 필요한 연료전지 주기기의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그동안 SOFC 생산·발전 시스템을 고도화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최현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