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이 최근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로 인해 혼란에 빠진 이커머스 시장에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지난달 일본직구관을 연 데 이어 여행사업 강화에 나선 것이다.

최근 티메프 사태 이후 온라인 여행 예약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재계 5위 롯데그룹에 대한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여행상품 시장 공략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롯데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온 롯데온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의미 있는 판도 변화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온은 주요 상품군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여행·온라인 전문가 외부 영입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팀 단위의 별도 여행전담 조직을 이르면 다음달 신설하고 여행상품만 따로 모은 전용관을 내년 초 오픈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온이 여행부문 강화에 나선 것은 최근 티메프에서 휴가철 여행을 예약해놓고 가지 못하거나 환불받지 못하는 등 피해가 대량 발생하면서 온라인 여행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롯데온은 이커머스이지만 롯데그룹이 배후에 있기에 안심하고 여행상품을 예약할 수 있다.


롯데온에는 백화점·마트·하이마트·홈쇼핑 등 롯데그룹의 유통 계열사가 총집합해 있다.

다만 뷰티·패션·럭셔리·키즈 카테고리의 경우 현재 전용관 방식으로 운영된다.

전용관은 고객이 해당 카테고리를 선택했을 때 상단 메뉴부터 하단 상품 배치까지 전문몰처럼 보여지는 구조다.

롯데온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이커머스 시장은 종합쇼핑몰과 함께 부문별 전문성을 높인 '버티컬 숍'이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전용관 도입을 통해 양쪽 소비자를 모두 아우를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온은 지난달 초 일본직구관을 열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전월 동기 대비 일본직구관 매출이 30%가량 늘었다.

롯데면세점 긴자점 바이어가 현지에서 직접 조달하는 상품이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믿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일본직구와 여행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각각 큐텐과 티메프가 업계 선두로서 강점을 보였던 분야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롯데온이 최근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큐텐의 빈자리 공략에 나선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실제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롯데온의 주간 활성 사용자 수는 티메프에서 결제가 중지된 지난달 넷째 주(7월 22~28일) 기준 93만9000명에서 이달 셋째 주(8월 12~18일) 기준 110만2000명으로 16.6% 증가했다.


롯데온의 최근 분위기는 연초와 사뭇 달라졌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롯데온을 중심으로 한 유통부문 온라인 통합운영 문제를 놓고 여러 의견이 오갔다.

일각에서는 주요 유통 사업군별로 개별적으로 온라인 전략을 세우는 방안까지 거론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움직임을 보면 롯데온이 상품·배송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그룹 통합 플랫폼으로서 승부를 보겠다는 방향성을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온은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여행팀 구성과 전용관 설치에 앞서 지난달 24일부터 신규 입점 판매자(셀러)에 대한 수수료 면제와 판촉비 지원에 나섰다.

티메프에서 빠져 나온 우수 셀러들을 유치해야 상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부터는 익일배송(내일온다)을 시작하면서 배송 서비스 차원에서의 경쟁력 개선 작업을 본격화했다.

이달 말부터 익일배송 품목도 기존 1만개에서 23만개로 크게 확대될 예정이다.

롯데온은 당일배송 서비스인 '오늘온다'도 연내 도입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롯데온은 2020년 출범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해부터는 분기별 적자 규모가 200억원 수준으로 줄었지만, 올 들어서도 적자 기조는 여전하다.

이에 롯데온은 수익성 측면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개편 작업도 과감히 진행하고 있다.


주요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인력을 재배치하고, 여행부문처럼 외부 전문인력 채용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달엔 영업조직 인력을 조정해 패션팀과 뷰티팀을 팀에서 실 규모로 격상시킨 바 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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