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지분을 간접 보유하고 있는 일본 메모리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가 23일 상장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시황 회복과 맞물려 키옥시아가 제값을 받고 상장할 경우 SK하이닉스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키옥시아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한 미국 투자펀드 베인캐피털이 이날 도쿄증권거래소에 키옥시아 상장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키옥시아는 2018년 일본 대기업 도시바로부터 분리 매각돼 현재의 사명으로 바뀌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이 주도하고 한국의 SK하이닉스와 함께 투자한 특수목적회사가 키옥시아홀딩스 지분 5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어 도시바가 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당시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해 총 4조원을 투자했다.

이 중 2조7000억원은 베인캐피털이 조성한 사모펀드에 출자하고, 나머지 1조3000억원은 도시바가 발행한 키옥시아 전환사채(CB) 인수에 사용됐다.


닛케이는 상장 후 베인캐피털과 도시바가 지분 매각을 통해 지분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와 맞물려 SK하이닉스도 지분 일부를 처분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SK하이닉스는 도시바뿐만 아니라 키옥시아와 협업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전략적 투자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가 36.7%로 선두를 유지한 가운데 SK하이닉스 및 자회사 솔리다임(22.2%)과 키옥시아(12.4%)가 각각 2·3위를 차지하고 있다.


SK그룹은 2018년 키옥시아에 총 4조원을 투자한 이후 키옥시아 상장 추진 실패, 인수·합병 무산, 반도체 시황 부진 등에 따라 투자금 회수에 차질을 빚었다.

이로 인해 키옥시아는 SK그룹 투자 사례 중 '아픈 손가락'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올해 하반기 키옥시아가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상장에 성공하면 SK그룹은 손실 없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새 국면을 맞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반도체 전반의 시황 회복에 힘입어 키옥시아의 기업가치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키옥시아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메모리 주요 시장인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바닥을 치면서 698억엔으로 역대 2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데이터센터발 수요가 확대되고 투자 경쟁이 가열됨에 따라 키옥시아는 자금 조달 옵션을 강화하고자 재상장에 도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키옥시아는 2020년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승인받았으나 미국과 중국 간 무역마찰이 심화되면서 상장 계획이 연기됐다.

당시는 시가총액을 2조엔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닛케이는 상장 시점에서 키옥시아의 기업가치가 1조5000억엔을 넘어설 경우, 2018년 소프트뱅크그룹의 국내 통신 계열사인 소프트뱅크가 상장한 이래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키옥시아는 낸드메모리 시장 리더인 삼성전자와 경쟁하기 위해 2023년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메모리 부문과 통합을 추진했으나 간접적으로 키옥시아홀딩스에 출자한 SK하이닉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 서울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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