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 하는 인도네시아 의회 행보에 시민들이 저항하고 있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 차남이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인도네시아 의회가 선거법 개정을 시도하자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22일(현지시간) 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야당인 인도네시아 노동당을 비롯해 대학생, 시민단체 회원 등 수천 명이 수도 자카르타에 있는 의회 앞에서 개정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헌법재판소 판결을 존중하라"며 선거법상 출마 연령을 바꿔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시위대는 "조코위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파괴했다"고 비난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자카르타 경찰은 의회를 비롯해 도시 전역에 치안 인력을 긴급 배치했다.

의회가 조코위 대통령 차남의 지방선거 출마가 가능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하려고 한 것이 대규모 시위의 배경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오는 11월 전국 주지사와 부주지사, 시장 등을 뽑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인도네시아 선거법상 주지사나 부주지사로 출마하려면 30세 이상이어야 한다.

조코위 대통령 차남 카에상 팡아릅은 1994년 12월 25일생으로 올해 생일에 30세가 된다.


지난 5월 인도네시아 대법원은 선거법에서 말하는 연령은 후보자가 당선된 후 취임할 때 연령을 기준으로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선거에서 뽑히는 주지사는 내년에 취임하는 만큼 올해 말 30세가 되는 카에상도 선거에 나설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헌재가 제동을 걸었다.

헌재는 지난 20일 대법원 판단을 뒤집고 후보 등록일 기준 30세가 돼야 출마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헌재의 결정 이후 의회는 카에상이 출마할 수 있도록 선거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대규모 시위로 의회는 이날 오전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다만 오는 26일이 이번 선거에 대한 각 당 후보자 지명 마감일인 만큼 조만간 법안 통과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비비스리 수산티 젠테라 법대 교수는 "이번 일은 입법부가 사법부의 판결을 뒤집으려는 것으로 이는 사법부 무력화"라고 비난했다.


앞서 조코위 대통령 장남 역시 선거법 개정을 거쳐 부통령으로 당선된 가운데 또다시 비슷한 일이 벌어지며 많은 시민이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이자 카에상의 형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는 지난해 선거법 개정을 통해 지난 2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부통령에 출마할 수 있었고, 이후 당선돼 취임을 앞두고 있다.

인도네시아 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과 부통령 출마 연령은 40세 이상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된 사람은 연령 제한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헌법소원 청구를 인용해 수라카르타 시장이던 기브란이 30대임에도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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