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민주 전당대회 ◆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둘째날인 20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의원들의 '호명 투표(롤콜)'를 거쳐 대선 후보로 공식 추인됐다.

같은 시간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주지사와 경합지 밀워키 유세에 나선 해리스 부통령이 영상으로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DNC) 이틀째 행사는 이념을 초월한 '반(反)트럼프 연대' 출정식과도 같았다.

한 박자 늦게 바통을 이어받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측이 최대한 빨리 세를 규합해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월하겠다는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


하이라이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해리스 부통령 지지 연설이었다.

민주당은 물론 미국 정치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물로 꼽히는 그는 "우리는 허세와 갈팡질팡, 혼돈을 4년 더 경험할 필요가 없다"면서 "우리는 그 영화를 이미 보았고 보통 속편은 한층 심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또 "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며 "민주주의를 지켜내지 못하면 독재자들이 활개를 칠 것이다.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될 필요는 없지만 미국은 선한 힘이 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에 앞서 무대에 오른 전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도 연설 내내 좌중을 압도했다.

그는 "누가 그에게 그가 지금 원하는 일자리(대통령직)가 그 '흑인 일자리'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고 말해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민자들이 흑인 일자리와 히스패닉 일자리를 빼앗아간다"고 말하면서 비판을 받았던 '흑인 일자리'라는 표현으로 역공을 날린 것이다.

오바마 여사는 이번 대선이 "이 나라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더 높이 나가자 "고 분위기를 띄웠다.


"어게인 2008"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가 20일(현지시간) 민주당 전당대회(DNC) 무대에서 포옹하고 있다.

이날 오바마 전 대통령은 최초의 흑인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촉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인 더그 엠호프 변호사도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를 들려주며 '외조'에 나섰다.

해리스가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22일이 두 사람의 10번째 결혼기념일이라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카멀라는 '즐거운 전사'다.

그것은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항상 해왔던 일을 그녀의 국가를 위해 하는 것"이라며 "내가 해리스와 빠른 속도로 사랑에 빠졌듯이 미국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반유대주의'에 대한 우려를 담은 연설로 유대계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이 유대교 회당에 같이 가는 등 아내 덕분에 신앙이 깊어질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카멀라는 직장 생활 내내 반유대주의와 모든 형태의 혐오를 상대로 싸웠고 그녀는 내가 세컨드 젠틀맨으로서 나에게 매우 개인적인 이 (반유대주의와의) 싸움을 이어가도록 장려했다"고 말했다.

이날 DNC 시작을 알리는 기도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기반을 둔 유대인 공동체 'IKAR'의 랍비(유대교 성직자) 샤론 브루스와 워싱턴DC의 '국가모스크' 이맘(이슬람교 성직자) 탈리브 M 샤리프 박사가 맡았다.

이것 역시 최근 민주당 지지층의 분열을 고려한 상징적인 대목으로 꼽힌다.


'진보 정치인의 상징'으로 꼽히는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도 진보 진영의 결집을 촉구했다.

그는 "억만장자들은 돈으로 선거를 살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화당 출신 지도자와 전직 트럼프 정부 관료들도 DNC 연설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스테퍼니 그리셤은 "트럼프는 공감 능력은 물론이고 도덕과 진실성이라고는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는 진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밥 먹듯 하는 거짓말이라도) 사람들이 믿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6년 대선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언론 참모로 일한 그는 백악관 대변인 겸 공보국장을 거쳐 영부인 멜라니아의 비서실장을 지낼 만큼 핵심 측근으로 통했다.


전직 대통령에게서 '계승'된다는 의미를 담은 연설도 이어졌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유일한 손자인 잭 슐로스버그는 "다시 한번 새로운 세대에 횃불이 넘겨졌다"며 "해리스 부통령은 내 할아버지처럼 미국을 믿는다"고 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손자인 제이슨 카터도 "해리스 부통령은 할아버지의 유산을 이어받았다"며 "할아버지는 해리스에게 빨리 투표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시카고 최승진 특파원 / 서울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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